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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얼굴
돌 쌓아 있다 중간중간 납작한 돌 끼워 층층이 쌓아 있다 작은 돌이 큰 돌을 괴고
모난 돌이 둥근 돌을 괴고 짤막한 돌이 길쭉한 돌을 떠받치고 있다 큰 돌이 작은 돌을
모난 돌이 둥근 돌을 잡고 있다 길쭉한 돌이 짤막한 돌 안고 있다 검은 돌 옆에 흰 돌
잘난 돌 위에 못난 돌 머리 맞대고 있다 서로 볼 비비고 있다 올라앉고 혹은 서고
말 타기하고 있다
아랫돌 위해 윗돌은 서고 선 돌 위해 앉은 돌이 제 몸 깎아 들어오게 하고 있다 앞돌
위해 뒷돌이 물러나고 작은 돌 위해 큰 돌이 허리를 굽히고 있다 서로 당겨주며 비좁게
박혀 있다 어깨동무하고 있다 하나라도 빠져 달아나면 석축은 무너질 것이다 한 공간을
꿰매고 있는 돌 자신을 위해 있지만 서로 섞이지 않으면 한 벽 만들 수 없다 한곳에
오래도록 모여 사는 돌 바람과 햇볕을 품어 넉넉하고 유순해진 저 얼굴들
- 이여명, 시 '돌의 얼굴'
괴고 떠받치고 잡고 안고 있는 돌.
머리 맞대고 볼 비비고 올라앉고 서고 말타기하는 돌.
제 몸 깎아 들어오게 하는 돌. 물러나고 허리를 굽히는 돌.
서로 당겨주며 비좁게 박혀 있는 돌들.
서로 섞이지 않으면 한 벽을 만들 수 없지요.
석축처럼 모여 유순해지는 우리들의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세상에 필요없는 것은 없을텐데 스스로 잘난 인간의 분별심이 필요 불필요를 나누는 것 같군요.
도대체 지들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니 호모 사피엔스니 그러는 건 인간의 자만심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단적인 단어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