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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게 보내는 꽃무릇 길
절실하게 열리는 가을 길에서
허튼 생각으로 찬찬히 보지 못하고
길 위에 몸을 던지는 빛바랜 낙엽의 울음을 듣는다.
배불리 채우지 못해 어쩌다
가벼운 것들은 제 한 몸 가누지 못해
호명되지 못하고 바람의 뒤를 따라 또르르 굴러간다,
굴러가며 옷소매 부여잡은 유혹에 한눈을 팔기도 한다.
하찮은 생명의 여운이라도 멀리
떠나는 길에서는 몸가짐 마음 단속으로
외로움을 옆에 앉혀놓고
누군가의 마음을 붙잡고 싶은가 보다.
짧은 가을볕이 빗살처럼 고루 퍼지고
토담집 벽에 등허리를 기대어 서보면
이국의 국경처럼 왜 이리 섬뜩하고 시린 것인가?
살금살금 야위어 가는 가을볕에
바람의 틈을 비집고 온 노을이
꽃무릇의 허리에 붉은색을 칠하고
가늘게 슬퍼지고 있는 저것들을 바라보는 것도
이 가을에서 느끼는 이별이다.
푸른 잎을 기다리다
동그라미처럼 지고 마는 붉은 꽃무릇의 흔적을
누가 서럽게 보내자고 하는지요?
- 박종영 님
와우~ 무릇 이란 단어도 잘안쓰는데 무릇길이라...부드러운 느낌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