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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사진처럼 긴장한 계단을 내려서면 방지턱,
우측, 또 우측, 같은 방향으로만 감정이 닳고
색다른 언어를 환전해도 타일 닮은 규칙은 고리타분하다
소리들이 삐걱거리는 건
내일이 삐걱거리는 것, 내 일이 삐걱거리는 것
입구 좁은 금기를 지난 안도는 표정 다른 눈빛부터 살핀다
쉽게 옮겨가지 못하는 길은 이가 뻑뻑해
마흔을 꺼내 신은 손잡이가 기울기를 잊고,
해지고 구멍 난 골목은 시차가 달라 조금은 데었고
침몰하고 타버린 어제 이후에도 어제를 느낄 수 있다면,
한 달 분이 무거워,
남겨두었던 청바지 무릎을 빌려와도 멀게만 느껴지는 시간들
꽃을 가꾸는 사람처럼 쪼그려 앉아 뒤지는 날씨엔
빨간 이국의 태양만 들어있다
배웅이라는 말을 기억해?
엽서 속에 있으면서 엽서 밖에는 없는,
갈망에 쌓이는 먼지는 슬픔 같은 옷이다
비 오고 장마 드는 계절의 이곳과 그때 사이, 지금과 거기 사이,
- 최연수, 시 '캐리어'
소소한 물건을 캐리어로 날랐습니다.
마치 먼 여행이라도 가는 것 같은 기분으로, 덜덜거리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긴장과 설렘을 가득 접어 넣었던 캐리어,
그곳에 담긴 추억이며 낭만 같은 것들은 꺼내보면 별 것 없어도 큽니다.
살면서 잠깐잠깐 느끼는 것들이 모여 일상이 되고 전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캐리어에 관한 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