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의 역사로 풀어보는 현대 사이버 보안의 파급력 [보안뉴스 성기노 객원기자] 러시아의 미국 대선 해킹 개입 의혹으로 일반 국민들의 사이버 보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로 보이지만, 사실 해킹의 역사는 짧지 않다. 1960년대부터 태동됐다는 게 유력한 가설이니, 해킹의 유래도 꽤 깊은 편이다.
▲ 과거 역사를 보면 현재가 보인다
해킹은 세계 2차대전 이후, 산업화 시절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지금처럼 해킹이 부정적인 의도로 시작된 건 아니었다. 1960년대 초반 당시 美 메사추세츠공대(MIT) 학생들의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철도와 전기기차 등이 막 보급됐던 그 시절, MIT 학생들은 전기기차의 보다 빠른 조작(hack)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가운데 몇몇은 컴퓨터 시스템에 주목했고 1970년대 들어선 전화와 모뎀 조작으로 그들의 시선을 넓혔다.
특히 MIT의 ‘신호기와 동력분과’로 불린 철도 동아리 모임은 야밤을 틈타 학교 건물에 몰래 침입, 컴퓨터 시스템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때가 원조 ‘해커(Hacker)’의 시작을 알린 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기기차의 보다 빠른 운행과 최적의 속도를 찾기 위해 컴퓨터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한 게 해킹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
하지만 해킹은 그 뒤 부정적으로 변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이 확대됐다. 개인이 집에서 컴퓨터를 활용할 시간과 여유가 생기면서 해킹이 무분별하게 발생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해커 조직들은 이 시점부터 지하 세계로 숨어들었고 그들만의 정보 교환과 함께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까지 손대기 시작했다.
피해는 현실로 드러났다. 특히, 1988년 美 국가안보위원회 핵심 과학자의 아들이었던 로버트 모리스 코넬대 대학원생은 6000여대의 정부와 대학 컴퓨터 시스템을 마비시키면서 사회적인 논란을 크게 일으켰다. 한 개인의 우발적인 장난이 큰 경제적 손실까지 부른 것이다.
이후 1999년 후반, 인터넷 대중화는 해킹에 날개를 달아줬다. 국내에서 해킹에 대한 인식이 불거진 건, 1996년 4월이다. 이때도 역시 한 학생의 철없는 장난 때문이었다. 당시 포항공대 전자공학과 시스템의 연구자료와 과제물이 모두 삭제돼 학사 행정과 연구작업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앞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시스템이 뚫린 사고 배후를 포항공대로 지목한 카이스트 해킹 동아리가 보복 차원에서 저지른 소행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단순 장난으로 여기기엔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 해킹 가담자의 일부를 구속시키면서 일단락됐지만 해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심어지는 계기가 됐다.
사실 초창기의 해킹은 단순 기기 조작에서 파생된 비밀번호 변경이나 남의 자료를 훔쳐보는 수준에 머물렀다. 해킹은 이후 능력 과시용으로 정체를 드러내며 불특정 다수 공격 단계를 넘어 정보가 중요한 재산으로 부가된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범죄수단에 악용되고 있다. 특히 국가간 사이버전으로 발전하면서 군사목적의 컴퓨터를 해킹하는 전쟁의 수단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문제가 된 러시아의 해킹 의혹도 그 역사가 꽤 깊다. 러시아의 美 대선 개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소련 시절 악명 높았던 KGB 산하에 ‘서비스 A’라는 조직이 대미(對美) 정치공작을 이끌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서비스 A’는 정보요원이 1만5000명에 이를 정도로 조직이 비대해졌다.
지난 1968년 대선에서 ‘강성’ 리처드 닉슨 후보의 낙선을 바라며 민주당 후보였던 허버트 험프리를 지원했고, 1984년 대선 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재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레이건 대통령의 호전성에 대한 각종 ‘스토리’들을 지어내고, 인종차별·부패·나토와의 관계에 대한 거짓 정보를 흘렸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분열을 위해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음모로 암살됐다” “미 국방부가 에이즈를 개발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에 美 백인우월주의 결사대인 KKK 명의로 조작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소련과 러시아의 이 같은 노력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만큼 미국 사회가 ‘거짓 정보’에 흔들리지 않는 시민의식으로 무장돼 있었고, 정치권 또한 견고한 민주주의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미국 대선만큼은 해킹으로 인해 그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미국사회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은 정보보안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 서버가 어이없이 뚫렸고, 그 덕을 트럼프가 톡톡히 본 것이다. 민주당 소속 대통령인 오바마가 선거 뒤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대선 결과는 엎어진 물이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상 앞으로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전 세계에 수많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해킹은 이처럼 작은 파문에서 시작돼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핵무기와 같다. 보안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평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지만 한번 문제가 되면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보안은 우리가 평소 의식하지 않지만 가장 필요한 공기와도 같다.
[성기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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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수있으니....조심하는게 상책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