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증에 걸린 아내가 남편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면 이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하기보다는 아예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결국 ‘새로운 사랑’의 싹을 틔우고 결실을 맺은 한 캐나다 부부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현지 CTV에 따르면,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밴쿠버섬의 사니치시(市)에 사는 로라 패거넬로(23)씨는 2년 전 직장에서 공중에서 떨어진 기둥에 머리를 부딪혔다. 심각한 뇌 손상을 입은 그는 기억상실증을 얻고 말았다.

문제는 사고 9개월 전 결혼한 남편 브레이든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는 점. 로라는 결혼 사실 자체를 까맣게 잊어 버렸다. 로라는 당시에 대해 “덫에 걸린 것 같았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도 그(브레이든)가 누군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남편 브레이든 역시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침에 내가 ‘좋은 하루 보내. 사랑해’라고 말할 때 아내는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노력할수록 가슴이 찢어졌다”고 했다.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을 ‘낯선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은 브레이든은 로라의 기억을 되살리기보단, 사랑을 다시 얻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된 계기가 된 펜팔부터 시작했다. 부부가 아니라 ‘룸메이트’의 관계를 맺고 한 집에서 지내며 매일 사랑의 편지를 보냈다.

브레이든의 끈질긴 ‘재구혼’에 로라의 마음도 2년 만에 움직였다. 어느 날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결혼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을 알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로라가 먼저 브레이든에게 데이트를 신청했고, 이들은 세 번째 데이트 만에 정식 교제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브레이든은 로라에게 ‘두 번째 청혼’을 했다. 지난주엔 약혼식도 다시 올렸다. 두 사람은 첫 만남을 가진 지 4년 만인 내년 여름, 마침내 ‘재혼 아닌 재혼’을 하기로 했다. 브레이든은 “우리가 결혼해야겠다는 걸 두 사람 모두 알게 됐다”며 “어떻게 그리 됐는지 설명할 순 없지만, 그런 생각은 우리 두 사람의 가슴에 똑같이 스며들었다”고 말했다. CTV는 로라의 기억상실에 대해 “해피 엔딩 스토리”라고 표현했다.

https://news.v.daum.net/v/2019083115303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