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센크루프社 '줄 없는 승강기' 첫선… 2020년 완공 獨 빌딩에 설치]
- 자기부상열차 원리 이용
건물 벽에 영구자석 깔고 엘리베이터 측면에 전자석 설치
전기·자기장으로 추진력 얻어
- "초고층 건물 디자인에도 영향"
케이블 엘리베이터와는 달리 수백m 빌딩 한번에 오를수있어
아파트 승강기보다 2.5배 빨라
독일의 엘리베이터 제조기업
티센크루프(
Thyssenkrupp)는 지난 6월 독일 소도시 로트바일에서 세계 처음으로 케이블(줄) 없는 엘리베이터인 '멀티(
MULTI)'를 선보였다. 이 엘리베이터는 본체를 들어 올리는 줄 없이 건물 벽에 설치된 선로를 따라 수십m를 오르내리는 데 성공했다. '멀티'는 2020년 독일 베를린에 완공될 이스트 사이드 타워에 처음 도입된다.
엘리베이터는 1854년 최초의 엘리베이터가 등장한 이후 160년 넘게 건물 꼭대기의 도르래와 연결한 케이블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멀티는 자기부상열차와 같은 원리를 이용해 엘리베이터 줄을 벗어던졌다. 자기장과 전기를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 자기부상열차의 '리니어(
linear·선형) 모터'를 적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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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들어간 자기부상열차리니어 모터는 원통형 일반 모터와는 전혀 다르게 생겼다. 서로 떨어진 채 마주 보는 두 평판에 설치된 자석의 힘을 이용해 마치 서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구조다. 언뜻 봐서 '모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형태다. 리니어 모터는 N극(極)과 S극이 바뀌지 않는 영구자석과 전류 흐름에 따라 N극과 S극으로 계속 바뀔 수 있는 전자석으로 구성된다. 떨어진 채 서로 마주 보는 평평한 판에 각각 영구자석과 전자석을 직선으로 길게 배열하면 마주 보는 자석 간에 반발력(밀어내는 힘)과 인력(끌어당기는 힘)이 발생한다. 이 두 힘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다. 두 면에 설치된 자석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간격이 10~20㎜에 불과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움직일 정도 힘을 낼 수 있다.
자기부상열차는 철로에 영구자석이 쭉 깔려 있고, 열차 바닥에 바퀴 대신 전자석 수백개가 깔려 있다. 열차를 움직이려면 전자석에 전류를 흘리면 된다. 열차의 전자석과 선로의 영구자석이 서로 밀어내고 당기면서 열차가 앞으로 움직인다. 선로와 열차 바닥이 하나의 거대한 '리니어 모터'가 되는 셈이다. 자석의 힘을 받아 수평으로 이동하는 자기부상열차를 수직으로 일으켜 세운 게 엘리베이터 '멀티'다.
멀티의 경우 건물 벽에 영구자석이 깔려 있다. 건물 벽과 마주 보는 엘리베이터 측면 벽에는 코일 뭉치로 만들어진 전자석이 설치돼 있다. 각 코일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자기장이 만들어져 N극 혹은 S극의 자석으로 바뀌는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전기가 흐르면 건물 벽의 영구자석과 엘리베이터의 전자석들이 서로 잡아당기거나 밀어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으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게 된다. 흘려보내는 전류의 방향에 따라 엘리베이터 전자석의 극 배열이 바뀌는데 이를 이용해 엘리베이터의 이동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또 전류 세기로 엘리베이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전류 세기에 따라 자석의 힘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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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빌딩에 활용… 좌우 이동도 가능케이블로 작동하는 현재의 엘리베이터 수송 방식으로는 수백미터 높이 초고층 빌딩을 한 번에 오를 수 없다. 케이블 자체 무게 때문에 길이가 최대 500m를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높이 829m)의 경우 꼭대기까지 오르려면 3차례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리니어 모터를 이용한다면 이론적으로 엘리베이터가 오를 수 있는 높이에 한계는 없다.
이 때문에 케이블 없는 엘리베이터는 향후 초고층 빌딩에 빠르게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멀티는 마찰이 거의 없고 전류의 양에 따라 자기장 세기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 속도도 빠른 편이다. 멀티의 속도는 초속 5m로 일반 아파트 엘리베이터(초속 2m)보다 2.5배 빠르다. 이런 강점 덕분에 리니어 모터는 비행기보다 두 배 빠른 하이퍼루프(초고속 열차) 개발에도 적용되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케이블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엘리베이터는 상하뿐 아니라 수평이동까지 가능해졌다. 엘리베이터를 탄 채로 옆 건물로 이동하거나 지하철 승강장에서 지하철 인근 건물까지 엘리베이터로 한 번에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줄이 필요 없기 때문에 한 승강로에 여러 대의 엘리베이터를 동시에 운행할 수 있어 승객 대기 시간도 이전보다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안드레아스 쉬어렌벡 티센크루프
CEO(최고경영자)는 "현재로도 건축중인 250m 이상 초고층 빌딩이 세계적으로 180개가 넘어 수요는 충분하다"면서 "케이블 없는 엘리베이터는 초고층 건물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
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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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석이 고장나면 그냥 추락이려나요??
물론 안전장치는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