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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연가
싫증 난 늦봄을 배웅하고 돌아서니
어느새 라일락이 곱게 피는 언덕에 와 있다.
야단법석을 치며 마중한 봄이었는데
이내 돌아서 오월의 사근사근한 바람을 맛보면서
변질한 마음 누구에게 들킬까 봐
두근거리며 남루한 옷매무시를 고쳐 입는다.
준비하지 못하고 궁금하게
그냥 이대로의 낯부끄러운 얼굴로
진정 초록의 오월을 맞이할 수 있을까
살찐 바람에 짙어가는 푸른 숲이
곱게 화장을 하는 사이,
노련하게 성장하는 숲의 가장자리를 보기 위해
초록 바람을 빌려 하늘에 오르는데,
떠나는 사월의 꽃들이 시들어 가는 길 기운차게
추스리는 묘방을 준비하는 동안,
신선의 경지에 입문한 푸른 오월이 조아리며
안개 숲에 피어있는 라일락 꽃,
그 환영의 즐거움에 숨어보라 속삭인다.
- 박종영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