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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들
미동 없는 잎을
톡, 건드리는 눈들
경건하거나 천박하거나, 귓속말은 흔들리는 무게를 모은 것들
가장 먼저 외출한 바람이 주춤해도
움켜쥐었다 펼친 느낌이 같다
다디단 공기에 탯줄을 잇고
막바지 계절을 듣는 곳을 따라가면
옥수수 줄기에 내려앉는 점들이 검다
그곳은, 새의 부리마저 숯으로 이뤄진 허공의 배꼽
날개를 타고 멀리 가고 싶은 나는 누구의 부분인가
분신을 똑 떨어뜨린 날부터 시작된 울음이
줄곧 따라오는 아픈 배꼽이었나
몸이 멀면 사랑도 멀어
벽이 꺼내놓은 그림자와 한 철을 보낸 머리에 진홍이 옮겨붙고
겹꽃잎으로 만난 몸을 빌려 바깥을 보았다는
기억도 모서리가 뭉툭해
도드라지거나 옴팍 숨거나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혀에 잘 녹는 이야기들
소문처럼 땅속에서 마을로 쑤욱 솟아나는
자정은 꽃피자 져버린 하루의 배꼽이다
지새우거나 꿈속이거나
어느 먼 지도가 잠깐 펼쳐졌다 구겨진다
- 최연수, 시 '배꼽들'
'배꼽'을 말하면 은근히 부끄러워집니다. 조금은 은밀한 곳,
그러나 중심이지요.
11월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중심일까요.
조금은 쓸쓸하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시작의 달이라 믿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