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화웨이가 폴란드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직원을 해고했다. ‘꼬리자르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날 성명을 내고 폴란드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왕웨이징 판매국장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왕씨의 스파이 행위는 회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화웨이는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국가에의 법을 준수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제적으로 번지고 있는 화웨이 보이콧(불매) 사태가 동유럽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꼬리자르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앞서 폴란드 정보당국은 왕씨가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그를 체포했다. 폴란드 방송사 TVP인포에 따르면 폴란드 통신사 오렌지 폴스카의 간부도 왕씨와 함께 체포됐다. 이들은 유죄 확정시 최대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폴란드 정부는 다만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의식한 듯 왕씨 개인적인 혐의일 뿐 화웨이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블룸버그는 화웨이 장비 사용에 대한 우려가 유럽연합(EU) 국가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요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며 압력을 가하고 있어서다.
앞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과 안보동맹을 맺고 있는 이른바 ‘다섯 개의 눈(Five Eyes)’ 국가들은 지난해 차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 결과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이 5G 핵심 장비 분야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프랑스 오렌지SA도 화웨이 장비를 배제키로 동참했다.
지난달 5일 캐나다가 미국 요청에 따라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을 체포한 것도 미국의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멍 부회장은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CNN은 지난달 16일 ‘전 세계가 화웨이에 문을 쾅 닫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럽 핵심 시장인 프랑스와 독일이 화웨이 장비 사용을 배제해 회사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 다음 날 화웨이는 “독일 정부가 오히려 미국 정부의 장비 사용 금지 방침을 반대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화웨이와의 협력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