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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갖춰 입고 폐지 줍는 노인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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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노인 체험 용품'을 온몸에 두르고 서울 종로 2·3가 일대에서 폐지를 주우며 수레를 끌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팔과 다리, 허리가 쑤셨다. 폐지 줍는 노인이 평소 느끼는 통증일 것이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폐지 줍는 노인 정건호(78·가명)씨에게 집은 0.15평(0.5㎡) 남짓한 리어카다. 서울 종로 낙원상가 주차장에 리어카를 세워두고 그 안에서 잠을 청한다. 기상 시간은 매일 아침 6시 30분. 그보다 늦게 일어나면 다른 이가 먼저 폐지를 다 주워간다. 점심때까지 약 5시간. 바짝 마른 그가 쉴 새 없이 폐지를 주우면 자신의 키만큼 쌓인다. 무게로 치면 100kg가량. 몸무게의 배 가깝게 불어난 리어카를 끌고 발길을 고물상으로 옮긴다. 손에 쥐는 돈은 5000원 남짓. 4000원짜리 국밥으로 배를 채우면 1000원이 남는다. 저녁을 먹으려면 오전의 일과를 반복해야 한다. 오후 9시가 돼서야 노동을 멈추고 다시 낙원상가로 향한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정씨를 따라다니며 "왜 폐지를 줍느냐"고 수차례 물었다. "암에 걸리고 다리도 부러져서 이것밖에 할 게 없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폐지 줍는 65세 이상 성인은 100명당 1명꼴(2017년 기준 약 6만6000명)이다. 정씨처럼 자기 몸 하나 가누는 것도 쉽지 않은 노인들이 리어카에 수십kg의 폐지를 싣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이들을 바라보기만 하는 데서 벗어나, 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궁금했다. '아무튼, 주말'이 '노인의 몸'을 하고 폐지를 주웠다. 정씨가 마주하는 세상은 무겁고, 잘 들리지도 않았고, 사물은 가물가물 흔들렸다.

노인 되어 폐지 주워보니

서울 용산구에 있는 '노인생애체험센터'는 청년에게 노인의 하루를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노인 질환의 증상을 비슷하게 느끼게 하는 장비를 제공한다. 고글과 귀마개는 노환으로 일어나는 시력, 청력 저하를 비슷하게 경험하게 해준다. 상체에는 허리를 곧추세우기 어렵게 하는 특수 제작 조끼를 입는다. 양 발목과 손목에는 2~3㎏의 모래주머니를 두른다. 무릎과 팔꿈치, 손가락에는 관절을 굽히기 어렵게 하는 패드를 장착한다. 녹내장, 관절염, 청각 장애, 근력 저하 등에 시달리는 '평범한 80대 노인'의 몸이 완성(?)된다.

지난 21일 오후 2시, 폐지 줍는 노인들이 점심을 먹고 다시 움직이는 시간에 맞춰 장비를 장착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 점심을 해결하러 많이 오는 종로 2가의 한 상가에서 수레를 빌렸다. 최고기온 23도에 바람이 종종 불어 선선한 날씨였지만, 수레를 끌고 다닌 지 10여 분이 지나자 얼굴은 땀범벅이 됐다.

고글 너머 세상은 좁고 뿌옜다. 확보되는 시야는 평소의 10% 정도였다. 20㎏가량 되는 수레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시종일관 고개를 돌려야 했다. 좁은 골목으로 승용차가 들어오는 상황은 그야말로 낭패. 길을 터주기 위해 수레와 차를 번갈아 쳐다보는 게 십수 번이었다. 뒤따라 오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도 계속 "죄송합니다"라고 하며 똑같이 옆으로 비켜야 했다. 폭이 좁은 골목길을 지날 때 "아니 왜 여기 와서 이렇게 길을 막고 있어!"라는 고함 소리가 날아왔다.

수레를 끌며 가던 중 전봇대 밑에 있는 종이 박스 더미가 보였다. 허리를 굽혀 손을 뻗자마자 바로 앞 철물점 주인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거 그렇게 그냥 집어 가시면 안 돼요! 저희는 따로 가져가시는 분 계세요." 이 일대에는 특정 폐지 노인에게 따로 폐지를 주는 상점이 많다. 특별한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나와바리(구역이라는 뜻의 일본말)' 침범은 금물이다. 이 철물점 주인은 "나중에 와서 쓸쓸히 돌아서는 '우리 집 할아버지'가 안타까워 다른 분이 못 가져가게 한다"고 했다. '나와바리'가 없으니 주울 수 있는 폐지는 1~2장 어질러져 있는 낱개뿐. 폐지를 내놓은 가게마다 들어가 "가져가도 된다"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수레에 실을 수 있었다.

박스를 주워도 골치였다. 수레에 싣기 위해서는 박스를 접어 얇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테이프로 접착돼 있어서 일일이 해체해야 했다. 손가락 억제대 탓에 평소보다 더 큰 힘을 써야 했다. 시간이 지나자 손가락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거리에 고인 흙탕물에 젖어 있는 폐지도 많았다. 몇 장 접지 않았는데 손에서 악취가 났다.

폐지가 허리 높이까지 쌓이자, 수레 운행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10㎝ 정도 되는 보도 턱에 걸려도 수레가 옆으로 기울며 폐지가 쏟아져 내렸다. 노끈을 이용해 세게 고정해도 소용없었다. 쏟아지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옆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모르기 일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차가 멀리 보여도 수레를 빨리 끌 자신이 없어 선뜻 건너기 어려웠다. 탑골공원 앞 사거리의 약 50m 길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목숨을 건다'라는 결심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됐다.

오후 5시쯤 '이 정도면 됐다' 싶어 인근 고물상을 찾았다. 이날 주운 폐지는 약 10㎏. 고물상 주인은 손바닥에 500원 동전 하나를 올려줬다. 이후 폐지 줍는 노인들을 취재하기 위해 돌아다닐 때도 장비를 벗지 않았다. 밤 10시쯤 집에 돌아와서야 원래의 몸으로 돌아갔다. 억제대를 착용했던 팔다리 오금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온종일 굽어 있던 손가락과 허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 매일 밤 느끼는 피로일 것이다. 지붕이 있는 방에 누워, 낙원상가 주차장에서 잠드는 정건호씨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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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6000명 노인이 폐지 줍는다

정건호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매달 나라에서 49만원가량을 받는다. 돈의동 쪽방촌에 방을 얻으려면 매달 20만원가량이 든다. 하루 식비, 담뱃값 등으로 매일 1만원씩 쓴다고 해도 쪽방 하나를 얻으면 일주일에 한 번 찾는 병원비(2000원가량)를 댈 여력도 없다.

그래서 한 달의 절반 이상은 풍찬노숙(風餐露宿)이다. 생활비를 제하고 남은 기초생활보조금에 폐지를 주운 돈(한 달 9만원 안팎)으로 병원을 간다.

정씨는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다. 그는 "암 때문에 때때로 속이 아파 막걸리와 소주로 고통을 달랜다"고 말했다. 귀가 어두워 그와 대화를 하려면 고성(高聲)이 기본이었다. "폐지 줍기 말고 다른 일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이라면 귀먹고 절뚝거리는 사람을 쓰겠어? 지금 나랑 대화하기조차 힘들잖소!"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지난해 전국 지자체의 자료를 취합하고 노인들이 드나드는 고물상들을 조사해 '폐지수집 노인 실태에 관한 기초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폐지를 줍는 노인들 중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노인은 약 71%에 달한다. 폐지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시간당 평균 2200원으로 최저임금의 2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역시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나왔지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대표적인 게 2013년 서울시가 내놓은 '재활용 정거장'이다. 노인들이 폐지를 줍게 하러 다니는 대신, 지정된 수거 장소의 관리인으로 정식 채용해 좀 더 편하게 일하게 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폐지 줍는 노인에 비해 선발하는 관리인 수가 턱없이 적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협동조합을 만들자는 시도도 있었지만, 활동 시간이 제각각이고 당장 생계가 문제인 노인들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았다.

지난해 초 1㎏당 약 100원 하던 폐지 가격이 50원으로 하락했다. 폐지의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이 환경보호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며 폐지가 쌓인 탓이다. 노인들 사이 경쟁이 심해졌다. 한 노인은 "가게를 여는 오전 7시, 닫는 오후 7시는 전쟁과도 같다"며 "조금만 늦게 와도 다 채가고 없다"고 했다. 오후 10시,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늦은 밤에도 노인들은 리어카를 끌며 거리를 둘러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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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노인' 한국만 있어… "정부지원 뭐 있나 알아볼 시간에 박스 더 줍는 게 이득"]

노인빈곤율 OECD 국가 1위
노령연금, 빈곤층은 줬다뺏는셈… 기초생활수급비 그만큼 깎으니


폐지가 높게 쌓인 수레를 끌고 길거리를 전전하는 노인들 모습은 오직 한국에서만 볼 수 있다. 지난해 '폐지 수집 노인 실태에 관한 기초 연구' 보고서를 쓴 변금선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전 선임연구원은 "비슷한 사례가 해외에선 전무한 실정이라 연구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유독 우리나라에 폐지를 줍는 노인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노인 빈곤율(중위 소득의 50%도 벌지 못하는 노인 가구 비율)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6년 국가별 노인 빈곤율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6.5%. 가입국 중 1위다. 소득 외에 주택·예금 등 자산을 가진 노인을 제외해도 OECD 평균(11.4%)의 배 이상(29.3%)이다.

빈곤층 노인을 위한 복지제도가 많지만 정작 수혜 대상자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폐지를 줍던 기초생활수급자 공모(여·77)씨는 정부의 노인 복지제도를 "줬다 뺏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줬다 뺏는' 복지의 대표적 사례가 노령연금이다. 노령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하위 소득 70%에 지급된다. 공씨는 기초생활수급비로 49만원, 노령연금으로 20만원을 받는다. 총 69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수중에는 49만원만 들어온다. 노령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돼 기초생활수급비에서 삭감되기 때문이다. 공씨는 "뭐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볼 시간에 박스 하나 더 줍는 게 이득"이라고 했다.

정부는 매년 쓰레기 줍기, 초등학생 등·하교 동행 같은 노인 일자리를 약 10만개씩 늘리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소용이 없다. 일자리 급여도 소득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불편한 몸으로 현금을 직접 받을 수 있는 일, 폐지를 줍는 것을 택하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어르신이 폐지를 줍지 않아도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일자리, 주거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지원책은 감감무소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황 파악이 어려워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조사를 통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국 시도 단위 지자체 중 폐지 노인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진정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을까. 빈곤층 노인을 위한 탄탄한 연금제도를 갖춘 나라는 적지 않다. 캐나다에서는 젊은 시절 연금 납입 여부와 상관없이 거주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65세부터 누구나 매년 약 1300만원의 노인연금을 받을 수 있다. 60세부터 살았다면 10년이 지난 70세 이후부터 수령 가능하다. 스웨덴·일본 등에서는 최빈곤층 노인이 눈에 띄면 상대의 동의를 받고 시설로 데려가거나 지자체에서 책임지고 보살핀다.

전문가들은 "폐지 줍는 노인을 일단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는 게 제일 시급하고, 체계적인 체질 개선은 그다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당장 생계가 곤란한 노인들은 지원금 등을 통해 일단 구제하고, 피부에 닿는 도움이 될 수 있게 연금제도 등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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