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6개 로봇팔 모두 21번 동작…갈수록 기록 단축
인간 최고는 4.73초…한국인은 서효민 세계5위정육면체 입체 퍼즐 맞추기 놀이 ‘루빅스 큐브’(
Rubik‘s
Cube). 6가지 색(빨강, 파랑, 노랑, 하양, 초록, 주황)의 주사위 26개를 이리저리 돌려 각 면의 색을 하나의 색으로 만드는 게임이다.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해 단숨에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호기심에 큐브를 잡았던 사람들은 될 듯 될 듯 안되는 퍼즐의 세계에 마법처럼 빨려들어갔다. 1981년 치러진 국내 첫 경연대회의 우승 기록은 42초였다. 그 사이 인간의 큐브 퍼즐 맞추기 실력은 얼마나 향상됐을까? 인간의 영역을 하나씩 침범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로봇의 큐브 실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인공지능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서양장기 체스, 퀴즈쇼, 바둑, 포커에서 잇따라 월등한 계산력과 분석력으로 인간 최고수를 제압해왔다. 큐브 퍼즐 맞추기에서 이기려면 여기에 또 하나의 실력이 필요하다. 빠른 손동작이다. 큐브 로봇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몇년 사이에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이제는 압도적인 차이로 인간을 앞서고 있다.
로봇이 최근 큐브 맞추기에서 다시 한번 신기록을 세워 인간과의 격차를 더 벌려놨다. ‘서브원 리로디드’(
Sub 1
Reloaded)라는 이름의 이 로봇이 큐브 퍼즐을 모두 맞추는 데 든 시간은 0.637초다. 6개의 로봇팔이 모두 21번의 동작을 통해 정육면체 큐브의 각 면을 같은 색깔로 맞추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퍼즐 맞추기에 앞서 서브원이 카메라로 각 면을 촬영해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0.15밀리초(0.0015초)다.
독일 마이크로칩 업체인 인피니온은 큐브 퍼즐 로봇 제작자인 독일 엔지니어 알베르트 브리어(
Albert Breer)가 새로운 인피니온칩을 사용해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원래 이 기록은 2016년 11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전자무역박람회 (
Electronica trade fair)에서 세워졌으나, 기네스월드는 그동안 검증작업을 거쳐 지난 3일 기록을 공식 인정했다. 기네스북의 이전 최고 기록은 역시 이 로봇이 지난해 1월 세운 0.887초였다. 1년만에 0.25초를 단축했다.
인간은 어느 정도나 빠를까? 현재 세계 최상위권 선수들의 기록은 4초대이다. 기네스월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오스트레일리아의 ‘큐브 달인’ 펠릭스 젬덱스(
Feliks Zemdegs·21)가 세운 4.73초가 최고 기록이다. 이전 기록인 4.74초를 한달만에 0.01초 차로 제쳤다. 공교롭게도 그가 최고 기록을 경신할 때 그의 옆에서는 종전 최고기록 보유자인 네덜란드의 매츠 볼크(
Mats Valk)가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13살때부터 큐브 퍼즐에서 재능을 발휘해 온 젬덱스는 2011년까지만 해도 6초대의 기록으로 10초대에 머물러 있던 로봇을 크게 앞서 있었다. 지난 몇년 사이 그 역시 기록을 크게 단축했지만, 로봇의 기록 단축 속도에 비하면 뱁새 걸음 수준이다. 이번에 로봇이 큐브 신기록을 수립함에 따라 로봇과 인간의 퍼즐 속도는 단숨에 5.3배에서 7.5배 차이로 벌어졌다. 한국인 최고 기록은 지난해 세워진 4.94초(서효민)이다. 세계큐브협회 집계 기준으로 세계 5위 기록이다.
루빅스 큐브는 4300경(1경=10의 18제곱)개의 조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브를 이 숫자만큼 지구 위에 올려놓으면 지구 전체를 275층짜리 큐브탑으로 덮을 수 있다고 한다. 높이로 따지면 20미터에 이른다. 루빅스 큐브는 1974년 헝가리 건축학자 에르노 루빅이 처음 만들어 이듬해 특허를 냈다. 시중에서 상품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77년부터다. 애초 이름은 ‘매직 큐브’였으나, 1980년 발명자의 이름을 따 ‘루빅스 큐브’로 바뀌었다. 2017년은 큐브 출시 40년을 맞는 해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
hani.
co.
kr
공식이 있다고 하던데.....배우다 성질 버릴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