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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에 물들어 한껏 깊어지는 눈빛
언덕을 내려오다 만난 나뭇잎이 발갛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여름엔 몰랐던 빛깔.
그 나뭇잎을 모아 옷 한 벌 지어 입고 싶을 정도로
참 곱습니다.
화살나무랍니다.
이 나무가 본색을 드러내는 계절은 가을입니다.
어느 잎보다 붉고 예뻐서 눈길 한번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키가 크지 않아도, 제 모습을 뽐내는 것.
어느 시절이듯 그렇게 아름답게 지나간 계절이 있을 겁니다.
다만 그것을 알지 못하고
아직 내게는 그때가 안 왔거나
아예 오지 않을 거라 믿은 것도 같습니다.
옛날 아버지가 어머니께 큰맘 먹고 해준 치마의 무늬 같은 이파리들.
오늘은 붉은빛에 물들어 한껏 깊어지는 눈빛입니다.
- 최연수 시인
깊어가는 가을에 멋진 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