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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미용실
건조한 감정을 왼편으로 틀었더니
국지성 소나기가 쏟아진다
실수로 뽑은 검은 머리카락에 치미는 화처럼
온도가 오르는 계절엔
팬지와 데이지를 심으라고 말했지만
복고풍을 커트로 바꾸면 단발이 유행했다
뿌리가 하얗게 올라올 때면
서둘러 염색을 했다
한 달의 유효기간인
짜증이 솟아날 때쯤 서둘러 웃음을 틀고
물기 터는 바람에게
귀를 맞댄 소파가 가르마를 낸 오후
들쭉날쭉 권태가 잘려나간다
탈색된 소문에 과장된 색을 입히고
몇 차례 우려낸 싱거운 소문이 창을 열고 나가면
귀 닮은 이파리들은 공중에 안테나를 세운다
담쟁이는 왜 한 가지 스타일만을 고집할까
태양의 자해를 걱정하는 여름이 얼룩진 화장을 고치는 허공
웃자란 조롱을 다듬는 코발트블루가 선명하다
- 최연수, 시 '사계절 미용실'
계절은 유행을 달리하는 미용실 같습니다.
늘 그 모양만 유지하는 식물.
파격적인 모습을 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 같네요.
소문이 모여앉은 미용실처럼
온갖 즐거움이 번지는 계절이기를 바랍니다.
눈이 행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