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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무늬도 단단하다
새벽을 슬레이트 지붕처럼 접어 호숫가로 갔어요 접혀진 새벽을 펼치자 오므라든 호수는 단단한 막이 걷히고 바람이 물무늬를 흔들어놓네요 이른 새벽 숲은 아우성으로 최고의 발정이 일어나요 정말 까투리의 절대적 저항이 눈부시군요 음, 그렇지만 염려 말아요 경계가 그리 쉽게 무너지겠어요 당신 입술은 장미 그리 호락하지 않을 거란 걸 알지만 보셔요, 부푼 배꼽과 부푼 젖가슴을 어쩌겠어요 이 계절을 품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군요 단단한 물무늬를 비집고 하늘이 들어앉았네요 구름이 물살을 가르며 흘러가요 하늘의 심장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네요 내일이면 등이 굽은 새우아제가 쉬리를 만나 장가를 가요 그러니, 초대장 보내요 날짜는 당신이 제일 먼저 상현달을 따라와 눕는 그날입니다 - 이승남, 시 '물무늬도 단단하다' 며칠 전 물무늬를 흔들며 지나가는 오리 엄마와 아홉의 아가들을 봤습니다. 이 계절을 품는 생명들. 4월은 이렇게 고요히, 단단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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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