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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영탄 조회 수: 87 PC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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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전기공학 박사를 마친 리사 수가 AMD의 총괄본부장으로 임명됐을 때, AMD는 조금 과장해서 망해가는 중이었다. PC를 조립해서 쓰는 세대라면 아마도 ‘애슬론‘이나 ‘샘프론’ 등의 이름 밖에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이후로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AMD에서 2011년에 나온 ‘불도저’(’AMD-FX’가 정식 명칭) 기반의 4~8개 코어 구성 CPU 라인업(‘잠베지‘, ‘비쉐라’ 등)이 줄줄이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다. 막상 내놓고 보니 벤치마크에서 자사의 ‘페놈 2 쿼드코어’에도 뒤처지는 성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AMD는 암흑기에 접어들기 시작한다.(쉬운 해석 : AMD가 내놓은 신제품이 망했다)
이후 인텔의 시장 점유율은 ‘시장 양분화’라는 말을 쓰기 무색하리만치 AMD의 점유율을 압도해 왔다. 특히 고사양 데스크톱 PC에서는 인텔이 사실상 독주했다. 고사양 PC의 가장 치열한 전쟁터 한국 피시방들의 CPU 점유율을 살펴보면 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5월 한 달간 전국 피시방 점유율(게임트릭스 자료)을 보면 인텔의 인기 제품 4개가 56.5%를 차지하며 그나마 많이 사용하는 AMD의 CPU 역시 신제품인 불도저 라인이 아니라 기존 아키텍처인 ‘페놈 2’ 라인임을 알 수 있다. (쉬운 해석 : AMD가 내놓은 신제품은 고사양 데스크톱 시장에서 망했다.)
2014년, 가십이 바람보다 빨리 퍼지는 실리콘밸리에서 ‘리사 후?(Lisa Who?)라는 모욕적인 별명과 함께 CEO로 데뷔한 리사 수는 AMD의 운전대를 잡자마자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가 강조한 것을 한국 식으로 표현하자면 ‘잘하는 걸 열심히 하자’다.
취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2012년 전임 사장인 로리 리드가 3억3400만 달러에 인수했던 마이크로서버 업체 ‘시마이크로’(Seamicro)를 정리했다. 시장에 내놓지는 않고 특허를 보유한 채 사업을 중단하고 생산 하드웨어를 처분했다. 고객사인 HP와 사업영역이 겹치고 수익성 전망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이때 리사 수가 강조했던 말이 바로 ”단순화”와 ”집중”이다.
그러나 리사 수는 기계적인 단순함에 매몰되지 않았다. 2015년과 2016년 그녀는 사업 다각화, 쉽게 얘기해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래픽이 내장된 APU와, 그래픽 칩, 비디오 콘솔을 위한 사용자 맞춤형 칩 개발에 나섰다. 당시 포춘 등의 미국 경제지는 ‘5달 사이에 AMD의 주식을 3배나 끌어올린 최고 경영자’라며 찬사를 보냈다. 당시 주가를 살펴보면 2015년 이후 3달러를 넘지 못했던 AMD의 주식은 2016년 말 10달러를 넘겼다. 물론 이게 다 라이젠이 나오기 전의 이야기다. 주가는 라이젠이 나온 이후 더욱 급격하게 상승했다.
2012년 불도저의 실패 이후 AMD는 과거 애슬론 영광의 시대를 이끌었던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자 짐 켈러를 3년 계약으로 영입한 바 있다. 2015년 9월 짐 켈러는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아예 애슬론의 구조를 바닥부터 갈아 엎은 새로운 아키텍처를 거의 완성해 두고 테슬라로 떠났다. 바통을 이어 받은 리사 수는 2016년 12월 초고성능 데스크톱 CPU 시장에 거대한 바위를 투척한다.
8코어 16 스레드(쉬운 설명 : 8개의 두뇌가 16개의 작업실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비슷한 느낌이다)의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 기반‘을 가진 CPU 브랜드 ‘라이젠’을 발표한 것이다. 특히 5년 넘게 사용해오던 28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을 반으로 줄여 14nm공정을 적용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라이젠은 인텔과 비슷한 성능이지만 가격이 저렴한 CPU라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벗지 못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2019년 5월 27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9’에서 AMD의 최고경영자인 리사 수(Lisa Su)는 세계 최초의 7nm 공정으로 개발한 데스크톱 CPU ‘3세대 라이젠’ 시리즈를 발표했다. 그동안 독점 시장에서 가격을 높여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14nm 공정에 안주한 경쟁사 인텔에게 멋진 한방을 날린 셈이다.
공정 뿐 아니라 성능과 가격 면에서도 앞섰다고 발표했다. 이날 리사 수는 ‘젠2(Zen 2)’ 아키텍처 기반의 CPU중 최상위 버전인 ‘젠9 3900X’가 경쟁 제품인 인텔의 i9 9920X에 비해 성능이 16% 우수하다고 발표했다. 더욱 매력적인 건 가격이다. 미국을 기준으로 인텔 Core i9 9920X는 1,189달러(약 14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AMD는 더 우수한 성능을 보인 젠9 3900X를 499달러(약 60만원)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15년 4월 빌앤멜린다게이츠 기금의 ‘유리 천장 없는 세상’(No Ceilings)에 참여한 리사 수는 ”지난 20년간 포천 500대 기업의 리더 중 5%만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라며 ”더 많은 남성과 여성 경영자들이 적극적으로 다양성과 양성평등에 관해 이야기할수록 변화가 가속화되리라 생각한다. 20년 후에는 우리가 더는 포천 500대 기업에 여성 경영자가 몇 명인지를 두고 갑론을박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이라는 배경이 실력 발휘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리사 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고 답했다. "운이 좋게도 늘 좋은 기회, 좋은 사람을 만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소수계라는 생각에 갇히면 본인만 위축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CEO면 CEO고, 엔지니어면 엔지니어지, 그게 남자이건 여자이건 뭐가 중요한가"라는 얘기였다. 기자의 "실리콘밸리 반도체 기업 최초의 여성 CEO이자 대만계 이민자다. 글로벌 기업을 경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라는 질문에 리사 수는 “스스로 ‘최초 여성 CEO’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새로운 CEO’일 뿐이다. 소수계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편이다. 편견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인식도 거의 없다. 그저 혁신과 기업 경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답변했다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