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달 말 방한을 앞두고 미국 정부의 화웨이 통신 장비 사용 중단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한국이 5세대(5G) 네트워크에 화웨이 통신 장비를 쓸 경우 민감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질의에 대한 국무부 대변인 명의의 답변에서다.
국무부 대변인 입장 밝혀
“5G 구매 결정 전에 위험 따져야”
군사·안보 정보 제공 중단 시사
정의용 실장 만난 해리스 대사도
“미국 정부는 꺼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해리 해리스(사진) 주한 미대사도 지난 7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비공개로 만나 화웨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한국이 화웨이 통신 장비를 쓸 경우 미국 정부는 민감한 정보 공유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미 국무부와 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2일 “중국 기업의 국가안보 위협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경계 태세가 다르다”고 한 데 이어 군사·안보 정보 공유 중단을 시사하며 한국의 화웨이 장비 사용 중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폼페이오 장관 발언과 관련해 ‘미국은 한국 정부가 화웨이 통신 장비 구매를 중단하길 원하며, 그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인가’라는 중앙일보 질의에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에 우리의 민감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 국무부는 “동맹국이나 우방국 네트워크에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의 장비가 포함될 경우 우리가 어떻게 정보를 공유할지 재검토할 것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상호 연결되고 상호 의존하는 정도를 고려할 때 동맹국의 네트워크가 취약해진다면 그런 취약성은 곧바로 미국에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는 주한미군을 매개로 군사 정보를 일상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양국 정보 당국도 안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답변에서 ‘민감한 정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정보 공유 재검토’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5G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가 포함될 경우 미국의 군사·안보 정보 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또 “5G는 향후 수십 년간 우리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인프라인 만큼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외국 정부의 불법적이고 견제 없는 강요에 종속된 화웨이 같은 판매 업체의 위험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며 “이런 심각한 국가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동맹국과 우방국의 협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캐나다·호주·일본에 이어 한국도 화웨이 5G 장비 구매 및 사용 중단을 선언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에 대해 고위 외교소식통은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리스 대사도 지난 7일 정 실장과 비공개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한국이 화웨이 통신 장비를 쓸 경우 민감한 정보 공유를 꺼릴 수밖에 없다.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굿 커뮤니케이션 채널(Good Communication Channel)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해리스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한·미 간 군사 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는 청와대 입장과 상반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7일 “(화웨이 장비가 쓰이는) 5G는 군사 안보 통신망과는 확실히 분리돼 있다”며 “한·미 군사 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 대사관 부대사도 이날 국회를 찾아 화웨이와 관련해 “한·미 군사 안보에 여러모로 해로울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밝혔다. 윤 위원장은 이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주한 미국 대사관이 청와대는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정부 부처와 외교부·국정원까지 개별 접촉하며 화웨이 장비 문제와 관련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며 “특히 과기부와는 한·미 간 정보 공유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을 접촉하며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르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국회를 찾아 윤 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하고 “한국 정부가 5G 이동통신 관련 기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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