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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IT제품 수입에 `안보위협` 여부 심사
미·중 무역·통화 갈등서
5G·반도체등 기술까지 확전
미중 "우리 IT기술 써라"
전세계 편가르기 강요나서
美·中 IT기업 타격은 물론
글로벌 소비자도 큰 피해
◆ 美·中 갈등 악순환 ◆
24일 중국 정부가 정보기술(IT) 제품과 부품을 수입할 때 '국가 안보'에 대한 위해성 여부를 심사하겠다고 공개한 것은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발표를 그대로 따라 한 것이나 다름없다. 두 나라가 국제 무역규범이나 양자협정 등 객관적 근거보다 우선해 '국가 안보'라는 자의적 판단 기준을 내세워 다른 나라 첨단산업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중국의 가장 중요한 기술 기업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전 세계를 기술냉전시대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6일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지난해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를 굴복시켰지만 그보다 더 큰 화웨이에 대한 공격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라며 "양국이 무역분쟁을 타결한다 해도 광범위한 기술전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유력 매체가 이번 화웨이 사태를 '냉전'에 빗댄 것은 과거 미소 냉전시대와 마찬가지로 미·중 양국이 다른 나라와 기업들에 '편 가르기'를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우방국들에 화웨이 제재에 동참해 화웨이 5G 장비를 채택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 봉쇄'가 성공하려면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독일 등 중국과 거래하는 주요 국가가 대열에 동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주요 통신사들은 미국 정부 조치에 부응해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 도입을 연기하고 화웨이 통신장비를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6일 일본 닛케이에 따르면 애플, 퀄컴이 주도해 무선 기술 표준을 정하는 와이파이 연맹(Wi-Fi Alliance)은 화웨이 참여를 "잠정 제한"했다고 밝혔다. 삼성, 도시바, HP 등이 주축인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가 풀릴 때까지 회원 자격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 경쟁은 글로벌 IT 산업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6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린 이후 인텔, 퀄컴, 자일링스, 브로드컴 등 반도체 기업은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구글은 화웨이가 앞으로 개발·판매할 스마트폰의 가동에 중요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공개된 '오픈소스' 버전에만 접근할 수 있고 구글 지도에 기반을 둔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 G메일 검색 등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화웨이로부터 노트북 컴퓨터용 운영체제와 기타 콘텐츠 서비스와 관련된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나아가 사실상 중국 기업을 겨냥해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를 확대해 기술 이전 등 거래를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에 이어 중국 내 다른 기술 기업이 대거 거래제한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냉전'이 거세지면 양국은 물론 제3국 소비자와 기업도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 기업은 중국에서 거둬온 매출과 이익을 포기해야 하고, 미국 소비자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화웨이는 지난해 700억달러 규모의 부품과 부속품을 사들였는데 이 중 약 110억달러는 퀄컴과 브로드컴의 컴퓨터 칩, MS의 소프트웨어,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포함해 미국 기업 수십 곳에 지출됐다. 그만큼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해질수록 실리콘밸리 기업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압박 조치는 미국 기업에 역효과를 몰고 올 수 있다"며 "글로벌 기술 제품 공급망에 지장을 주면서 관련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미국의 이번 조치로 인해 5G 네트워크 구축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고 소비자 측면에서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 소니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은 미국과 중국의 편 가르기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FT는 "경쟁 상대를 고립시키려는 워싱턴의 노력이 글로벌 IT 업계에서 불편한 반응을 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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