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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얼굴을 바꿀 수 없어
꽃은 떨어진다
수없이 얼굴을 바꾸고도
얼굴을 잃어버리는 강물
어느 생의 소용없는 얼굴들은
자욱한 꿈에서 꿈을 꾸는 환영들이다
물의 낱장마다 일렁이는 기억
물 위에 없는 발자국을 남기며
얼굴의 평범성에 닿으려는 것일까
닫힌 얼굴이 열릴 때까지
반어법으로 출렁이는 빛의 그림자
한 무리 어둠을 이끌고
물푸레나무 기슭으로 가려는 것일까
얼굴을 돌리면
금세 차가워지는 바람의 안쪽으로
기차는 풍경 없이 떠나가고
얼굴과 얼굴이 어긋난 방향으로
꽃들이 우우 떨어진다
강물에 이다지 많은 얼굴들이 녹아서
아픈 별빛이 수초처럼 흔들리고
별빛으로는 다 감출 수 없는 검은 윤슬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내 얼굴이구나
- 김성희, 시 '얼굴'
강물에 비친 얼굴은, 그가 가버리고 나면 지워지고
또 다른 얼굴이 겹쳐도 사라지고 맙니다.
차라리 얼굴을 바꿀 수 없어 떨어지는 꽃이 나을까요.
그가 머물다가 간 그 자리에 나는 또 얼굴을 겹치며
지난 기억을 더듬다 돌아갈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얼굴과 얼굴이 서로 정답게 바라보는 하루이기를 바랍니다.
좋은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