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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퇴출’ 동맹국 총동원 / “한국서 화웨이 전부 아웃 필요” / 美 국무부, 대중정책 협조 요청 / 정부 차원 기업 간 거래 제동 땐 / ‘사드 보복’ 재연 우려 목소리 / 英 반도체 기업 ARM 거래 중단 / 日 이통사·전자업체도 뒤따를 듯
 

점증하는 미·중 무역갈등 속에 한국 등 미국 우방국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와의 거래제한 조치에 동맹국의 동참을 요구하는 등 대중 공세를 높이면서 한국 등이 모종의 답을 줘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이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그는 “미국 측은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보안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우리도 이런 입장을 알고 있다”며 “한·미 양국은 이 이슈에 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5G 상용화에 따른 보안 문제도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 정부가 여러 외교채널을 통해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면 보안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 외교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했다”며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최종적으로 한국에서 화웨이를 전부 아웃시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확전 의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로 불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외신 인터뷰에서도 확인된다. 배넌은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 제품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무역협상 테이블을 떠나는 것보다 10배는 더 중요하다”며 “미국뿐 아니라 세계 안보에 큰 위협이어서다”라고 말했다. 화웨이 제품을 ‘세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해당 분쟁에 다른 국가도 동참하길 바라는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미 동맹국 일부는 미국의 요구에 발맞춰 화웨이와의 거래제한 동참 결정을 내리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업체 ARM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ARM은 기술 라이선스를 빌려주거나, 스마트폰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회사로 세계 모바일 시장의 중심 기업이다. 그동안 화웨이는 ARM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자신감을 보여왔기에 ARM의 이번 결정은 화웨이에 상당한 타격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이동통신회사인 EE와 보다폰도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 중단을 발표했다.

일본에서도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와 KDDI, NTT도코모는 물론 전자제품 업체인 도시바도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독일 인피니온도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에 한해 화웨이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로서는 기업 간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게 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LG유플러스가 5G 이동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 걸린다. 미 상무부는 앞서 지난 16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는데, 이들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와의 거래에 제동을 건다면, 2016년 일어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를 내리며 대중 공세를 높이는 가운데 지난 22일 중국 상하이 화웨이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상하이=AFP연합뉴스

미국은 화웨이의 통신장비에 ‘백도어’가 있다는 이유로 보안에 위협을 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분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에는 유사시 문제 해결을 위해 인증을 받지 않고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는 백도어를 설치하기 때문이다. 백도어 설치는 보안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일이기 때문에 특별히 화웨이의 장비만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미국의 속내는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인 5G를 선도하는 화웨이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통신업계의 다른 거물 기업인 중국의 ZTE(중싱통신)도 화웨이, 푸젠진화처럼 미 상무부의 수출제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라 제재를 받았다. 다만 ZTE는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 후 미국에 10억달러 벌금을 내고 10년간 미국의 감시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폐업을 모면했다.
 

◆ ‘NO 화웨이’에 … LGU+ 당혹

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 생산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에 나서면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23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미국 기업의 부품 공급 중단에도 최소한 3개월 동안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부품을 비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산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이에 따라 화웨이와 해당 계열사들이 미국 기업과 거래하려면 미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화웨이 통신장비에는 미국 자일링스와 브로드컴의 칩이 탑재돼 있다. 자일링스는 네트워킹에 사용되는 프로그램용 칩을 공급하며, 브로드컴은 네트워킹 장비의 핵심 부품인 ‘스위칭 칩’을 공급한다.

화웨이가 미국산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면 국내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5G 기지국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의 5G망 구축 작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통신업계에서는 설비 구축 3∼4개월 전에 발주되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는 4분기에는 화웨이로부터 5G 장비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수도권 5G망 구축에는 화웨이 장비를, 나머지 지역에는 삼성·에릭슨·노키아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5G망 구축 차질 우려에 대해 LG유플러스는 “화웨이가 내년까지 5G망에 공급할 물량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며 “그 이후에도 자체 개발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지방의 기지국 구축이 늦어진 점은 있지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수도권은 타사와 비슷하거나 앞선 수준”이라며 “상반기와 연말 기지국 구축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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