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세계대전, 길 잃은 한국]
해외 기업들은 국내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기업들은 제대로 활용 못하는 역차별 상황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데이터를 수집할 때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들은 신규 서비스마다 각각 별도의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받아야 한다. 네이버 가입자라도 네이버 지도 서비스를 이용할 때 새로운 동의를 구하는 식이다. 반면 구글·페이스북·애플 같은 해외 기업들은 처음 가입할 때 한 번 동의만 받고 그 이후에는 자사의 신규 서비스를 내놓을 때는 다시 동의받는 절차를 생략한다. 수집한 데이터의 이용 기간도 국내 기업은 1년으로 한정돼 있다. 1년간 활용하지 않았거나, 사용자가 쓰지 않은 서비스는 해당 데이터를 폐기해야 한다. 국내 IT(정보기술) 업체들은 예외 없이 국내법을 따른다. 반면 해외 인터넷 기업들이 국내법에 따라 1년 뒤 폐기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는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현장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IT업계에서는 데이터 활용 규제를 다소 완화한 '데이터 경제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서둘러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3법은 현재 계류 중이다. 핀테크 업체 보맵의 류준우 대표는 "(제도 정비가 늦어질 경우) 우리가 활용하지 못하는 데이터와 투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한국이 '정보 좀비'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