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인식 기술이 사물인터넷과 만나
- ‘일상’을 인증하는 생체인증 2.0 시대 돌입
- ETRI, 딥러닝 기반 무자각 얼굴인식 기술 개발
- 스마트폰, 자동차, 블록체인 등 산업과 결합
생체인증 2.0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생체인증 2.0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정태일ㆍ박세정ㆍ이정아 기자] ‘집 안에 달린 카메라가 지친 표정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집 주인의 얼굴을 인식한다. 잠시 후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향수가 집안에 자동으로 뿌려지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음악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지문에서 시작된 생체인식 기술이 사물인터넷(IoT)과 만나 개인의 ‘일상’을 인증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생체인증 기술은 지문, 홍채 등을 디바이스에 직접 갖다대는 방식에서 개개인의 얼굴 표정이나 걸음걸이 등 바이오정보를 인식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생체인증 기술이 일상으로 스며들면서 이른바 ‘생체인증 2.0’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무자각 생체인증이 뜬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4일 카메라가 다양한 조도, 각도 등에서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얼굴 감정을 인식해 인증하는 딥러닝 기술을 개발해 2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기쁨, 슬픔, 놀람, 공포, 분노 등 얼굴 표정이 SD급화질(640x480)로 초당 1~5 프레임 이상 실시간으로 식별한다. 추출된 얼굴 영역은 128x128 픽셀 해상도에서 최적의 인식 성능을 보이며, 다수의 얼굴이 동시에 입력돼도 이를 구분해낸다.
윤호섭 ETRI 책임연구원은 “최근 2년간 15곳에 딥러닝 기반 실시간 얼굴인식 기술을 이전했다”며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카메라를 일정시간 응시하거나 기기를 터치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기기가 얼굴을 인식해 사용자를 인증하는 바이오인식 기술연구가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무자각 생체인식 기술은 사용자 중심의 편리성 높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지원 차량인 3세대 수소전기버스에 운전자의 얼굴을 실시간 인식하는 스마트키를 개발해 시범운영했다. 운전석 앞 계기판 상단에 장착된 카메라가 운전자의 얼굴에서 ‘눈 깜빡임’, ‘하품’, ‘눈 감음’ 등의 횟수와 시간을 인식하면 이를 바탕으로 운전자의 피로도와 졸음운전 여부가 판단돼 경고 메시지가 제공되는 식이다.
현대모비스는 눈썹 콧등, 입술 등 얼굴의 70여 개 특징점과 화자의 음성에 담긴 감정을 함께 분석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졸음운전, 음주운전 등 운전 불능 상태에 대한 감지와 함께 기존의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 자율주행 갓길 대피시스템까지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쏘아올린 작은 공=생체인증 2.0 시대를 열게 한 일등 공신은 단연 스마트폰이다.
2011년 모토로라 ‘아트릭스‘에 첫 지문인식 센서가 도입된 후 2013년에는 애플 ‘아이폰5S’, 2014년에는 삼성전자 ‘갤럭시S5’에 지문인식 기술이 도입됐다. 이어 홍채인식(갤럭시노트7), 안면인식(아이폰X) 기술이 스마트폰과 만나면서 손끝에서 시작된 생체인증은 눈, 얼굴로 확대됐다.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S10’에는 스마트폰 화면 어디를 스쳐도 지문이 식별되는 지문인식 초음파 센서가 탑재된다.
스마트폰 잠금 장치를 풀기 위한 생체인증은 금융 간편결제 서비스를 비롯한 산업군 전반으로 확대됐다. KT는 사용자의 목소리를 식별해 간편결제를 구현하는 ‘지니페이’를 선보였고 SK㈜ C&C는 CCTV 속에서 특정한 인물을 찾아내는 기술을 도입했다. 지문인증으로 블록체인을 이용한 결제 솔루션도 가능하다. LG CNS가 지난해 5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인 ‘모나체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생체인증 기술은 해킹의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생활 보호의 문제도 있다.
이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비롯한 카이스트(KAIST), 한국기계연구원 등은 생체인식 정밀도를 높이고 지문, 심박, 뇌파, 혈맥, 얼굴 등 사람의 여러 바이오정보를 통합해 식별하는 다중 생체인증 기술로 보안성을 강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연모 경희대학교 전자ㆍ전파공학과 교수는 “생체인식과 해킹은 창과 방패와 같아서 양쪽이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관계자는 “생체인증에 대한 거부감은 기술 고도화와 함께 서비스의 편리함,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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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0214100210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