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Posts Recent Comments 문의사항 신고하기 이용안내 이벤트 포인트 리스트 공지사항 관리자문의

공지사항

고정공지

(자유게시판에서 질문 금지) 질문하신 유저는 통보 없이 "계정정리" 될수 있습니다.

Warning!  자유 게시판에서 질문을 하시면 바로 강퇴 됩니다.
분류 :
사랑
조회 수 : 588
추천 수 : 2
등록일 : 2016.05.06 00:56:17
글 수 21,851
URL 링크 :
지난 4월 초,
서울 서초동 가정법원청사 소년법정에서
있었던 어느 판결의 이야기입니다.

피고인 A양(16세)은 서울 도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A양은 작년 가을부터
14건의 절도·폭행을 저질러
이미 한 차례 소년 법정에 섰던
전력이 있었습니다.

법대로 한다면
'소년보호시설 감호위탁' 같은
무거운 보호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죄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김귀옥 부장판사는
이날 A양에게 아무 처분도 내리지 않는
'불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가 내린 처분은
'법정에서 일어나 외치기'뿐이었습니다.

김 판사가 다정한 목소리로
'피고는 일어나 봐' 하고 말하자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던 A양이
쭈뼛쭈뼛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김 판사가 말했습니다.
"자, 날 따라서 힘차게 외쳐 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예상치 못한 재판장의 요구에
잠시 머뭇 거리던 A양이 나직하게
"나는 세상에서…"라며 입을 뗐습니다.

"자, 내 말을 크게 따라 해 봐.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큰 소리로 따라 하던 A양은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라고 외칠 때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김 판사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A양이 범행에 빠져든 가슴 아픈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A양은 본래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간호사를 꿈꾸던 발랄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초,
남학생 여러명에게 끌려가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그녀의 삶은
급속하게 바뀌었습니다.

A양은 그 사건의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고,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신체 일부가
마비되기까지 했습니다.

심리적 고통과 죄책감에 시달리던 A양은
그 뒤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했고,
비행 청소년과 어울리면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김 판사는 울고 있는 A양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알면
누가 가해자라고 쉽사리 말하겠어요?
아이의 잘못이 있다면
자존감을 잃어버린 겁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존감을 찾게 하는
처분을 내려야지요."

그 말을 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진
김 판사는 눈물범벅이 된 A양을
법대(法臺) 앞으로 불러세웠습니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중요할까.
그건 바로 너야.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돼.
그러면 지금처럼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러고는 두 손을 쭉 뻗어 A양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마음 같아선 꼭 안아주고 싶은데,
우리 사이를 법대가 가로막고 있어
이 정도밖에 못 해주겠구나."

이 재판은 비공개로 열렸지만
서울가정법원 내에서 화제가 되면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법정에 있던 A양의 어머니도 펑펑 울었고,
재판 진행을 돕던 법정 관계자들의
눈시울도 빨개졌습니다.
법정에서 울음을 터뜨린 소녀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녀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건
보호 감호라는 법적인 처분보다
자존감을 살리는 자신을 향한
외침이었을 거라는 겁니다.

"일어나서 힘차게 외쳐라!"

정말 아름다운 명판결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판사가 있었네요!!

김귀옥 판사

 

이전글 다음글

성운아범

2016.05.07
06:00:07
감동적인 이야기 감사합니다

강글레리

2016.05.07
06:00:07
profile
이런 감동적인 재판도 있었군요.
잘 보고 갑니다.

아이콘

2016.05.07
06:00:07
김귀옥판사님..
존경스럽습니다

놀랐죵

2016.05.07
06:00:07
포청천인가...맞나 기억이.... 능가하는 명판결이십니다...

krzkxx

2016.05.07
06:00:07
감동적이네요 정말 명판결인 것 같습니다

달림이

2016.05.07
06:00:07
명판사님 존경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불편 ※ 박제 (댓글도배) 리스트 ※ (Updated 2019-08-21) [14] file 은소라 2019-08-13 2393
공지 정보 오에스 매니아 [ OSManias ] 게시판 및 댓글 이용 안내 [ V : 3.0 ] UzinSG 2019-04-30 3026
공지 정보 오에스 매니아 [ OSManias ] 게시판 이용 안내 [ V : 3.0 ] UzinSG 2019-04-30 2301
공지 불편 오매에서 주관적인 댓글 작성하지 마세요 [56] file Op 2019-04-10 3236
19095 일반 오늘 날씨는 흐리네요. [3] 멀더요원 2019-08-29 35
19094 일반 입추가 지났는데...;;; [3] 해피트리 2019-08-14 35
19093 일반 오늘이 광복절 이군요~ [3] 필농군 2019-08-15 35
19092 일반 이젠 정말 좀 시원해지긴 했네요 [5] 가을의시 2019-08-19 35
19091 추천 가을에 즈음해서 가을 음악 하나 들으시렵니까? 익명의행인 2019-08-23 35
19090 일반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는 계절 이네요 [4] 전투기 2019-08-31 35
19089 일반 SKT T1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2] 순대랠라 2019-08-31 35
19088 일반 글을 못보고있네요 ㅠㅠ [4] 송정 2019-09-02 35
19087 일반 주말 벌초 후유증...? [3] 쏘맥한잔 2019-09-02 35
19086 일반 제 13호 태풍 링링(LINGLING) 발생했습니다 [5] file 황금빛노을 2019-09-02 35
19085 일반 비는 밤에만 왔으면 좋겠어요 [4] 썬더볼트24 2019-09-02 35
19084 일반 홍콩의 독립을 기원합니다. [2] file 강글레리 2019-09-02 35
19083 일반 영상 & 태풍 [2] file 달림이 2019-09-03 35
19082 일반 태풍ㅜㅜ [6] 오이 2019-09-08 35
19081 일반 아빠는 항상 피곤해 [7] file 응딱 2019-09-10 35
19080 일반 비가 왓더니 날 습하네요 [6] 쏘맥한잔 2019-09-10 35
19079 일반 안녕하세요 가입인사 드립니다 [8] 윤스페이스 2019-09-16 35
19078 일반 초록 [3] file 해마천사 2019-09-17 35
19077 일반 차차 가을의 기운이 다가오네요... [5] 달의아해 2019-09-18 35
19076 일반 휴일 아침~ [2] file 필농군 2019-10-13 35
19075 일반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4] 브란트 2019-09-23 35
19074 일반 태풍이 지나가니 선선하네요. [6] SH 2019-09-23 35
19073 일반 좋은 하루되세요 file 오경박사 2019-10-04 35
19072 일반 아침부터 안개가 엄청나네요! [2] 오에스감성 2019-10-16 35
19071 고마움 참새가 방앗간 지나듯...오픈 축하합니다. 수고하셧습니다. 무정 2019-11-04 35
19070 일반 드디어 열렸네요. 황금빛노을 2019-11-04 35
19069 일반 다시 정상화되서 다행입니다 서비니 2019-11-04 35
19068 고마움 죽다 살아난 느낌 SOSMania 2019-11-05 35
19067 일반 서버가 복구됐나 보네요 ㅠ [1] sdfwer 2019-11-05 35
19066 일반 드디어 열렸군요 [3] 이쉬팍 2019-11-05 35
19065 일반 방가방가 GTO12kr 2019-11-05 35
19064 일반 재가동 하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제트건담 2019-11-05 35
19063 고마움 다시 돌아와 다행입니다. [1] 마이컴 2019-11-06 35
19062 고마움 다시 보게 되서 반갑고 고맙습니다. [1] 이기사 2019-11-06 35
19061 일반 재오픈 축하요 ~ [1] 요가맨 2019-11-08 35
19060 일반 재 오픈 축하합니다!! [1] 야끼모 2019-11-08 35
19059 일반 사이트 복구 고생많으셨습니다 ! GoodYU 2019-11-09 35
19058 일반 드디어 오픈되었네요. [2] 원림 2019-11-09 35
19057 일반 벌써 올해도 마지막을 향해 가는군요 [1] 한스 2019-11-12 35
19056 일반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3] 오회장님 2019-11-13 35
19055 일반 아기냥과 강쥐 서열 싸움 [1] 필농군 2023-08-17 35
19054 일반 석양 필농군 2023-08-26 35
19053 일반 서버 이전 고생하셨습니다..... 내사랑울보 2016-09-07 36
19052 일반 이사했군요 근데 레벨이.. korozy 2016-09-07 36
19051 정보 2016년 9월 08일 [3] file 노봉방 2016-09-08 36
19050 일반 추석 잘 보내세요 ^^ [4] 홀리 2016-09-14 36
19049 일반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3] nopnsan 2016-09-14 36
19048 일반 즐거운 명절되세요..^^ [2] 조은사랑 2016-09-14 36
19047 수줍게..2 [1] file 여포사랑 2016-09-19 36
19046 모성애..... [3] 개누장 2016-09-19 36
19045 내식되로~~ [3] file 여포사랑 2016-10-04 36
19044 일반 2017년 새해복많이받으세요! [3] 탑건 2017-01-01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