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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피리
가로를 스치면 세로가 솟고 오른쪽을 보려 하면
왼쪽이 들이미네
콧등에 얹은 시선만으로 잡을 수 없는 방향엔
숨구멍이 필요해
서로를 슬쩍 허물고
피리라고 부르자 우리만의 호흡법을,
피에로 바지처럼 팽창한 불편을 댔다가 뗐다가
이탈하지 않는 손가락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돌아보지 마 제발, 마주치지 않는 소리는 애정과 애증 사이를 서성이며
수상한 냄새를 들려주고
어디로 흘러야 하는지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지 입구에 닿은 입술은
오늘을 불 것도 같고 멈출 것도 같아
여덟 개가 넘는 빛깔은 매번 달라지는 기분 때문
클로즈업된 검정은 골똘함 때문이네
눈치가 모자란다는 핑계는 그만, 같은 곳을 따라가는
검은 개미 떼처럼 한 곳으로 흘러갈 수 있을까
아이들은 무작정 마술피리에 홀렸다는데
우리들의 질료는 색깔 닮은 바람, 초록은 동색이라 우겨도
비좁은 배후는 관계가 되질 않네
들숨과 날숨 깊은 숨과 얕은 숨이 불규칙한
불온한 계절
구멍이 그치질 않네 관자놀이가 뜨겁네
- 최연수, 시 '우리들의 피리'
당신과 나의 소통을 ‘피리’에 비유해봅니다.
어느 사내를 따라간 아이들. 무작정 일렬로 따라간 마술피리도 있지만
너와 나, 불협화음의 호흡법인 홀로인 피리도 있어서
머리가 뜨거울 때도 있습니다.
언제나 누군가와 완전히 일치하는 호흡은 없을 겁니다.
반의반만 맞아도 긍정하고 가는 일상일 겁니다.
아마도 우리들의 모든 추억의 피리는 어렸을적 동무들과 함께 불던 풀피리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