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병실 시트처럼 창백하다
태막을 찢고 힘겹게 일어선 송아지가 비칠, 주저앉듯 가까스로 새벽 공기를 두드리던 심장의 북채가 스르륵 떨어졌다
눅눅한 어둠의 냄새를 쫓아내기 위해 더 큰 신음을 뱉던 구겨진 약봉지, 수염이 웃자란 그는 역을 놓쳐 종착에 홀로 남겨진 여행객 고장 난 생의 주파수는 불안으로 지지직거렸다
먼 곳으로부터 끌고 왔던 지문 닳은 외로움을 매만지는 능숙한 손이 봄날의 하품만큼이나 짧은 여행을 염한다
반복되는 일정을 기록한 오래된 종이 한 장이라는 듯 찡그림과 기침과 호흡을 읽던 시력 한 벌 벗긴다
두 개의 렌즈가 빙 둘러선 슬픔을 담담히 읽는다
가물가물 훑던 표정들이 또렷하게 다가오지만 접경부터 차츰 사라지는 인연의 내력은 만조에 잠긴 갯벌처럼 저만치 멀다
- 최연수, 시 '안경을 벗기다'
아픈 가족이 있다는 것,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늘 긴장 속에 있게 마련입니다. 위로의 말도 사치로 들리기도 합니다. 얼마 전 친구의 어머니가 가족들이 불러주는 노래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고 친구는 말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힘든 순간들을 지나 평정을 되찾았을 거라는 생각에 잠시 숙연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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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나뻐지는 아이들이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