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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키가 크다
한 뼘씩 자라서
감당하기 어려운 모퉁이가 우측으로 돌아간다
순간 꺾인 꽃대를 왼쪽으로 찍어내는
유리문
뒤따르는 그림자 함께 따라간
흔들리는 마음은 위태로운 난간이어서
갈림길에 서성이며
선뜻 보내지 못하고 돌아선 그때가 반사된다
가장자리 빨갛게 태운 근심 한 개비는 어느 걸음에 지워졌나
불안한 고요가 불쑥 일어서는 길
하얀 가운들이 순례자처럼 다녀간다고
보이지 않는 손이 아픈 몸 잡아 줄 거라고
배를 드러낸 태양이 무심하다
바람 앞의 흙벽처럼 견딘 말이 끝내 따라오는 듯
자꾸만 뒤돌아보면
괜찮아,
정말 괜찮아,
나와 방향이 다르게 되뇌는 그림자는 아직 지지 않는다
이별은 왜 키가 큰지,
달리아가 제 그림자를
뚝,
뚝,
지우고 있다
- 최연수, 시 '슬픔은 키가 크다'
슬픔은 왜 자꾸 자랄까요.
울컥, 서러움이 돋는 계절인가요.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보이지 않게 자라는 기쁨도 있습니다.
그걸 잠시 잊고 그저 나만 아프다고 아우성이었나 봅니다.
즐거운 주말입니다. 오늘 잠시 슬펐다면 내일은 기쁨이 온다는 것, 잊지 마세요.
이별에 따른 슬픔과 그리움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약(시간)을 복용한 지 한참 후 언젠가
이젠 잊었겠지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문득 생각난 청소 한번 없이 열어보지 않은 기억의 방
세월만큼이나 켜켜이 쌓였던 그리움은
방문을 여는 순간
한줄기 작은 바람에도 먼지처럼 날려
눈을 가려 눈물 나게 하고
입을 막아 목이 메이게하고
몸을 감싸 휘청이게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