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Posts Recent Comments 문의사항 신고하기 이용안내 이벤트 포인트 리스트 공지사항 관리자문의

공지사항

고정공지

(자유게시판에서 질문 금지) 질문하신 유저는 통보 없이 "계정정리" 될수 있습니다.

Warning!  자유 게시판에서 질문을 하시면 바로 강퇴 됩니다.
분류 :
일반
조회 수 : 88
추천 수 : 1
등록일 : 2018.11.21 05:48:19
글 수 21,851
URL 링크 : http://출처 : http://news.chosun.com/s...03536.html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마지막 김장김치를 부치고

 
입력 2018.11.20 03:13

단풍이 지고 찬 바람 부니 자식들 걱정에 잠이 안 오네
풍파와 격랑의 시절에 제일 중한 건 사랑과 믿음
돈은 잠시 없어도 그만 몸만 성하면 바로 설 수 있으니

김윤덕 문화부장김윤덕 문화부장
들녘이 단풍으로 요란하더니, 밤새 내린 비에 가을이 졌다.

택배는 받았느냐. 김칫국물 흐르지 말라고 겹겹이 싸맨 것인데 짐꾼들 우악스러운 손길에 터지지 않았나 걱정이다. 까만 봉지에 든 건 참깨와 홍고추고, 신문지에 둘둘 만 건 시래기다. 포일에 감은 건 담북장인데 팔팔 끓여 고추장, 들기름 한 숟갈씩 넣고 비벼 먹으면 도망간 입맛이 돌아올 게다.

다만 올해 김장맛은 신통치 않구나. 혀가 무뎌져 짠지 싱거운지 도통 분간할 수가 없으니. 그래도 죽죽 찢어 갓 지은 밥에 얹으면 내 손주들이 먹어주려나. 생굴 넣은 김치는 고생하는 어멈들 위해 따로 담근 것이니 늙은이 정성이라 여기고 맛나게 먹어다오.

#

각설하고, 일전에 너희 시아버지 호통은 마음에 담지 말거라. 말은 그리 덧정머리 없이 해도 속은 순두부처럼 무른 양반이다. 다시는 보지 말자 큰소리쳐 놓고는 성탄절에 손주들 뭘 사서 부칠까 궁리하느라 읍내 문방구 문턱이 닳는다. 상속 운운한 것은, 서울 집값은 자고 일어나면 열 배 스무 배로 뛰는데 시골 집값은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이니 부아가 나 저런다.

세상은 좀 수상하더냐. 스무 해, 서른 해를 길렀어도 종시 마음 놓이지 않는 게 자식이요, 가슴이 솥바닥처럼 그슬리는 게 어미라 잠이 오질 않는구나. 전쟁도 겪고 IMF도 겪었으나, 혼돈 시절엔 그저 좌우로 기울지 않고 제 본분 다하는 것이 최고였다. 사람 사귀는 일도 소금쟁이 풍금 건반 짚듯 해야 한다. 할 줄 아는 게 남 탓이요 조롱인 자, 나만 옳다고 종주먹 을러대는 자들은 멀리할지니. 행여 풍파가 닥치더라도 몸만 성하면 쓴다. 달팽이가 바다를 건넌다고, 천천히 가면 뭐 어떠냐. 고까짓 돈 잠시 없으면 또 어떠냐. 중한 건 언제나 사랑이었다. 따뜻한 손, 다정한 말, 향기로운 입김과 눈길이 벼랑 끝에 선 사람을 살리는 법이다.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마지막 김장김치를 부치고 /일러스트=김하경
#

내 배로 낳은 아들들이나 너희 눈엔 밉기도 할 테지. 복부 가르는 수술을 하고도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굶게 생긴 남편과 자식 밥해 먹인다고 아픈 배 움켜쥐고 부엌으로 나갔으니, 그렇듯 나약하게 키워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단점도 어디 한둘이랴. 큰애는 고지식한 책상물림이라 입만 열면 속 터지는 소리요, 둘째는 콧물만 찔끔 나와도 나 살려라 엄살떠는 게 다섯 살 때부터이니라. 셋째는 물샐 틈 없는 구두쇠이나 약빠른 고양이 밤눈 어둡다고 실속이라곤 없느니. 그래도 너희 시아버지처럼 한눈파는 데 없으니 미쁘지 아니한가. 세상에 별 남자 없다. 천하의 신성일도 흙으로 돌아간다. 꽃도 반만 핀 것이 곱다고, 모자란 듯 빈 데가 있어야 이쁜 법. 자식은 떠나도 서방은 남아 등을 긁어주느니, 목석 같은 여인과 한평생 살아준 저 사내가 고맙고 애틋해지니 이 무슨 조화인고.

#

아마도 내 생애 마지막 김장이 될 듯하다. 걸핏하면 전신에 모닥불을 퍼붓는 듯하고 가슴은 바짝바짝 조여오니 정신이 다 몽롱하다. 어젯밤엔 나 열일곱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어른거리니 꿈인가 생시인가. 병약한 맏딸이 열감기 걸리면 밤새 머리 짚어주시다 광에서 가져와 깎아주시던 무는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함박눈 내린 날 동생들과 눈사람 굴리던 기억도 나는구나. 숯덩이로 눈썹을 박고 버선 모자 씌워주면 둥글둥글 귀여우면서도, 손 없고 발이 없어 어디 도망도 못 가고 밤새 찬 마당에 서 있던 눈사람이 가엾기만 하더니, 대식구 섬기느라 마실 한번 맘 편히 가보지 못한 내 신세가 꼭 그와 같구나. 꽃가마 타고 시집오던 날에도 눈보라가 쳤던가. 소금으로 국을 끓여도 맛나던 시절. 저 눈이 쌀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던 날도 있었다. 팔자 도망은 못 한다고 뛰쳐나가고 싶은 적 왜 없을까만 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 한 줄기 햇살에 한 줌 물로 사라지는 눈사람처럼 이승과 영영 작별하면, 한 마리 새로 날아올라 지구 끝까지 가보고 싶구나.

#

고맙고 미안했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은 못 되어도 며느리들한테 모질었다 소리 안 들으려 애는 썼느니. 섭섭한 것 있더라도 많이 배운 너희가 품어다오. 나 죽으면 막대 잃은 장님 될 그 양반이 걱정일 뿐, 후회는 없다. 내 비록 까막눈이나 온종일 허리 구부려 일하며 이마에 흐르는 붉은 땀을 먹고 살았다. 춤 잘 춘다고 훈장은 줘도 평생 소처럼 일만 하고 산 여인에게 주는 상은 없으니, 못 배워서인가.

하여, 나 죽거든 묘비에 한 줄 새겨다오. '잘 살았다, 잘 견디었다.' 그것으로 나는 족하니.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9/2018111903536.html
이전글 다음글

회탈리카

2018.11.21
14:18:16
profile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8072002876


혜화역시위를 옹오하던 아나운서 김성주 누님이시죠.

달림이

2019.01.02
03:37:48

그러신가요... 김윤덕 님이 김성주  누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불편 ※ 박제 (댓글도배) 리스트 ※ (Updated 2019-08-21) [14] file 은소라 2019-08-13 2237
공지 정보 오에스 매니아 [ OSManias ] 게시판 및 댓글 이용 안내 [ V : 3.0 ] UzinSG 2019-04-30 2896
공지 정보 오에스 매니아 [ OSManias ] 게시판 이용 안내 [ V : 3.0 ] UzinSG 2019-04-30 2177
공지 불편 오매에서 주관적인 댓글 작성하지 마세요 [56] file Op 2019-04-10 3029
11347 일반 한국, 일본, 베트남 무술 고수 비교 [9] file 티오피 2019-07-20 87
11346 고충 도와주세요ㅣ [5] 진솔 2019-10-06 87
11345 일반 언제 바나나를 먹을까? [4] 파란천사 2019-11-07 87
11344 일반 늑대와 학 [1] file 응딱 2022-10-14 87
11343 일반 왼손잡이는 고쳐야 하나? [1] file 응딱 2022-10-19 87
11342 일반 부부란 다 그렇고 그런 것 [1] file 응딱 2022-12-22 87
11341 일반 할머니의 털장갑 [2] file 응딱 2022-12-08 87
11340 일반 예쁜 말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1] file 응딱 2022-12-29 87
11339 고마움 한글화 사이트(게시판) [1] pCsOrI 2023-04-20 87
11338 일반 회원 등급제 이후 정말 자게 글 많네요 ㅎㅎ [10] Ssungwu 2016-09-05 88
11337 강아지의 충성심 [6] 비아들 2016-09-23 88
11336 일반 딸아이의 편지 [4] file 응딱 2017-02-21 88
11335 일반 오늘 wbc 한국 대 이스라엘 경기가 하네요 [3] 도우너 2017-03-06 88
11334 일반 리뉴얼 수고많으셨습니다. 시작 2017-03-12 88
11333 정보 3. 15 수요일 [고발뉴스 조간브리핑] [3] 아이콘 2017-03-15 88
11332 정보 [오늘의 운세] 6월 26일 월요일 (음 윤5월 3일) [3] 아이콘 2017-06-26 88
11331 일반 수박 모자이크병 또는 무늬바이러스라고 하는병이 있더군요.. [6] 홀로선비 2017-07-19 88
11330 일반 정은이랑 트럼프가 싸우면 [4] 초보매냐 2017-09-15 88
11329 정보 [오늘의 운세] 9월 25일 월요일 (음 8월 6일) [1] 아이콘 2017-09-25 88
11328 일반 자전거 [5] 강글레리 2018-09-05 88
11327 일반 한가위 영화 [2] file 강글레리 2018-09-24 88
11326 정보 그림판으로 간단하게 모자이크 하기 [2] file serinari 2018-10-12 88
» 일반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마지막 김장김치를 부치고 [2] 달림이 2018-11-21 88
11324 일반 올 한해는 강퇴가 없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7] Op 2019-01-01 88
11323 정보 Epic Games Super Meat Boy (기간 무료배포) [1] file 곰바다 2019-01-01 88
11322 일반 윈도우 7,10통합버전..추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1] 북돌이 2019-01-06 88
11321 불편 ITX 중고보드를 구매해는데 소켓핀이.. [8] file 피뉴 2019-01-25 88
11320 일반 좋은시절 다 갔습니다. ㅠㅠ [3] 타임머신 2019-02-02 88
11319 고충 sourcefoge 접속불가에 대해 KT에 문의 [3] 데스윙 2019-05-07 88
11318 불편 제발.. 적당한 도배하세요. [5] file 은소라 2019-05-23 88
11317 일반 연금 월 300만원 이상.. 국민연금 0명, 공무원연금 12만3천583명 [16] 빛별 2019-05-29 88
11316 슬픔 망윔만드는 방법 정리해서 올리려 했는데... OTL [6] 감자맨 2019-06-24 88
11315 일반 [드론] 촌동네 동영상[135메가] [9] 필농군 2019-09-25 88
11314 동영상 윤진숙 [3] Op 2019-10-04 88
11313 일반 출석체크가 안보이네요 [8] 에티카 2016-09-07 89
11312 집사의 고양이 시녀 [4] file able2happy 2016-09-15 89
11311 일반 접속이 안되길래.... [1] 징징현아 2016-09-25 89
11310 일반 일본 지진 났네요.. [6] 고감맨 2016-10-21 89
11309 일반 오매 스타 테스트 하실분 신청 하세요 [5] Op 2016-12-06 89
11308 일반 플레이스테이션4를 사려고 하고 있습니다. [4] 기덕이 2017-02-02 89
11307 일반 오늘 부터 저도 시작 합니다 [7] Op 2017-03-18 89
11306 슬픔 타블렛 액정 깨먹다....ㅠㅠ [3] 하ㅇ룽 2017-05-30 89
11305 일반 창녕에도 한번 가 보았습니다. ㅎㅎ [2] file 반돌 2017-07-23 89
11304 동영상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격전의 아제로스 시네마틱 트레일러 [3] 회탈리카 2018-01-15 89
11303 일반 에고 힘들어 [6] 로임 2018-01-28 89
11302 일반 설날 음악 하나 [3] 강글레리 2018-02-16 89
11301 일반 "국내 인기 SNS는 유튜브-네이버 블로그-페이스북 순" [1] 구피 2018-03-16 89
11300 동영상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티저예고편 [8] 회탈리카 2018-03-22 89
11299 일반 쉬어가기 산수문제 [6] 달림이 2018-04-25 89
11298 정보 커피집 문 닫았네요 [2] 蜿崧䛂㖰鼽 2018-06-22 89
11297 일반 대한민국 대표팀 잘 싸웠습니다. [7] 히라사와_유이 2018-06-28 89
11296 추천 팩트 댓글 [3] file Op 2018-10-23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