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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피 조회 수: 280 PC모드
‘구매’ 대신 ‘구독’ 하는 시대? 섭스크립션 서비스
‘구독하기(Subscribe)’
최근 현대인들이 자주 접하는 단어 중 하나다. 주로 음악이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등장했던 표현으로, 매달 또는 매년 일정한 요금을 지불하고 영화, 드라마, 음악, 애니메이션, 소셜, 웹툰 등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과 관련 깊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다.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콘텐츠의 종류와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접근하는 방법 또한 달라졌다.
콘텐츠를 구매하여 책장이나 PC 등 개인의 기기(device)에 저장하는 이전과 같은 방식의 소유와 달리 구독하여 즐기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 최근에는 단순히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고 화장품, 자동차, 비행기 티켓 등으로 ‘구독’의 범위가 넓어졌다. 급속도로 확산되고 ‘구독의 시대’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의 변화로 인한 노동 시간 감소가 가져온 결과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구독, 혹은 ‘섭스크립션’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알아본다.
‘구독’이라는 단어는 신문이나 잡지의 ‘정기구독’을 떠올리게 한다. 예전에 비해 이용 가정이 줄어들긴 했지만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 어김없이 배달되는 신문은 가장 오래된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이다. 일정액을 지불하면 매일 신문을 배달하는 것처럼 원하는 ‘제품’을 배달해 주는 것도 구독, 즉 ‘섭스크립션’이라고 부른다.
섭스크립션(Subscription)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정해진 시간에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말하는데, 소비자는 문 밖을 나서지 않아도 취향에 맞게 구성된 상품 및 서비스를 배달 받는다. 신문과 잡지는 물론 우유, 도시락, 주스, 화장품, 도서, 꽃, 생필품, 커피나 맥주 등 기호식품, 취미활동 재료, 애견용품, 육아용품 등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섭스크립션 서비스의 성장 배경
섭스크립션은 유료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로 특정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큐레이션(curation)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단품 및 정품으로 구매 전에 샘플 상품이나 서비스를 미리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새로운 상품을 이용해보고 싶어하는 얼리어댑터가 주요 타깃 고객들이다.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알아서 골라주는 큐레이션 기술 혹은 기능을 이용해 이제 섭스크립션 서비스는 편리함과 정기 배송을 넘어 소비자가 관심 가질 만한 것을 먼저 찾아주는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
섭스크립션은 소비 욕구와 소유 욕구 사이에서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우유, 잡지 및 신문 등에 한정돼 있던 서비스가 미국을 필두로 전문성과 간편함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꽃, 식품, 도서, 화장품, 수제맥주, 면도용품, 의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람들이 구매 대신 구독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하나의 제품을 반복적으로 계속 사용해야 하는 일반 상품과 달리 한번 즐기고 나면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속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즉, 하나의 콘텐츠를 반복해서 즐기는 것보다는 다양한 콘텐츠를 한번씩 즐기는 것이 만족도도 높고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콘텐츠를 구매하기 보다 구독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또한 섭스크립션 서비스는 바쁜 현대인들의 복잡한 상품 검색 및 의사결정 비용을 줄여주고 일상의 재미와 만족감을 높여 줄 수 있다는 점이 구매 대신 구독을 선택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이처럼 사용자가 정기 구독료만 지불하면 서비스 업체가 알아서 사용자에게 맞는 상품을 선정해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상거래가 발달함에 따라 이를 지칭하는 ‘섭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구독을 뜻하는 ‘섭스크립션’과 ‘상업’을 뜻하는 ‘커머스(Commerce)’의 합성어인 섭스크립션 커머스는 상품 시장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한때 핫(?)했던 ‘소셜 커머스’는 더욱 존재감을 잃었다.
온라인 트래픽 조사업체인 히트와이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인 1850만 명이 최소 1개의 섭스크립션 커머스 사이트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것이다. 올해 2월 맥킨지의 조사에서는 온라인 쇼핑객의 15%가 하나 이상의 서브크스립션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는 온라인 구독 시장이 지난 5년간 매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섭스크립션 서비스로 제공되는 상품 가짓수만 35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침밥부터 퇴근 후 취미 생활까지, 일상의 모든 것을 섭스크립션 서비스로!
섭스크립션 서비스는 미국의 스타트업 달러쉐이브클럽이 2012년에 시작한 면도날 배달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매일 아침 면도를 하는데 면도날이 빨리 무뎌지지만 사러 가기 귀찮다는 점에 착안해 한 달에 한 번씩 저렴한 비용으로 면도날을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히트를 쳤다. 이 업체는 면도날 섭스크립션 서비스로 1억 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섭스크립션 서비스가 도입된 건 이 즈음이다.
섭스크립션 서비스는 특히 일상이 바쁜 직장인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 부부의 여유로운 아침을 위한 국이나 반찬 배달은 자리를 잡은 지 꽤 오래다. 다양한 취향에 맞추거나 랜덤한 식단으로 배달되기도 하고 셰프의 레시피와 식재료를 함께 담은 쿠킹박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배민프레시, 프렙, 돌리버리, 집밥찬연구소, 델리우드, 더반찬, 소중한식탁, 마이셰프 등의 업체들이 있다.
화장품 정기배송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섭스크립션 서비스이다. 미미박스, 글로시박스 등의 업체는 매달 신제품을 담은 뷰티박스를 배송해 여성 뷰티덕후들에게 인기 만점이고 톤28이라는 기업은 얼굴 부위별 피부를 측정해 맞춤형 화장품을 만들어 배달해준다.
최근엔 커피를 배달하는 섭스크립션 서비스도 등장했다.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배달하는 빈브라더스, 더치커피 원액을 배달하는 마이빈스, 캡슐 커피를 배달하는 네스카페 돌체구스토 캡슐투도어 등이 대표적이다. 스낵포에서는 과자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품을 관리하는 직장인들이 사무실에 비치할 주전부리를 고르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에 착안, 회의 시간에 조용히 먹을 수 있는 과자, 교육생들을 위한 과자 개별 포장, 골프 라운딩을 하며 먹기 좋은 간식 등으로 나눠 보내준다.
취미 생활을 위한 아이템 배달 서비스도 있다. 하비인더박스는 취미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이색 상자를 배달해준다. 하비큐레이터가 소비자의 설문지를 바탕으로 성향을 분석하고 새로운 취미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하비박스를 배달해주는 것이다. 독서가 취미인 사람들에게는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플라이북은 책을 매달 한 권씩 배달하면서 함께 하면 좋은 영화나, 음악, 음식 등을 소개하는 안내서를 함께 보내준다.
옷을 골라서 배달해주는 섭스크립션 서비스도 있다. 더클로젯은 사이즈와 선호 디자인, 싫어하는 스타일 등의 조건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클리셔츠는 남성 직장인을 위해 셔츠 구입부터 세탁, 다림질까지 셔츠와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하이삭스는 온라인 양말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비즈니스나 스포츠 등 고객이 원하는 용도의 양말을 보내준다.
자동차 시장에도 섭스크립션 바람이 불고 있다. 구매 또는 리스(lease)로만 소유할 수 있던 자동차를 이제 차종에 상관없이 골라 타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자동차 섭스크립션 서비스는 차량 사용과 기동점검 서비스(roadside assistance), 관리 및 정비, 보험 등을 모두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2017년 한 해에만 캐딜락의 Book by Cadillac, 포르쉐의 Porsche Passport, 볼보의 Care by Volvo 등 다양한 자동차 섭스크립션 서비스가 론칭됐다.
무제한으로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섭스크립션 서비스도 등장했다. 월 180만원만 내면 제약없이 무제한으로 주요 항공사를 통해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월 비용치고는 꽤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해외를 자주 다녀야 하는 직장인이나 기업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금액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