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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뒤통수로 읽는다
호되게 당한 것도 같고 더 이상 남은 뒤도 없을 것 같은데 눈시울이 달라붙어 글썽거리는 뒤통수 뼈가 덜거덕거리고 모근이 뜨거워 앞을 돌리면 아무 것도 모르는 듯 잘 아는, 돌아선 뒤가 낯익다 다른 뒤들로 완성해가는 뒤의 길은 누구를 시원스레 쳐본 적 없어 호기 한 번 휘두르지 못한 을의 길 뒤통수가 밟는 뒤통수들은 그러므로 을과 을의 관계, 믿은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말과 통한다 소리 큰 단어들과 소리 없는 단어들은 꿈쩍도 않는 생각과 벌벌 기는 생각의 차이 갑과 을, 앞과 뒤, 거처하는 곳이 달라 뻔뻔하거나 겸연쩍다 차마 돌아볼 수 없어 방향 돌린 샛길은 길의 뒤쪽 수줍은 뒤통수가 천천히 방향을 꺾는다 가로등은 누구의 뒤를 닮았는지 구부정 기분을 굽히고 있다 - 최연수, 시 '나는 너를 뒤통수로 읽는다' 정면으로 볼 수 없어서 내 감정이 더해지는 뒤, 당당하거나 측은한 뒤. 뒤에서 뒷말하지 않는 뒤들. 뒤통수를 치지 않는 뒤들. 배경이 되는 아름다운 뒷모습이 되는 것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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