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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기
질주하는 바람이 잔뼈를 키우는 골목에선 초인종에서도 짜장 냄새가 들린다 밀린 잡일도 머리 위 불호령도 묵묵히 삼키는 짜장은 본색을 숨기고 눈물 쏙 뺀 양파는 해맑게 웃는다 울컥 치민 어제를 랩으로 씌운 채 처음 쥔 연필처럼 길을 긋는 바퀴 지명도에 따라 밑줄의 중요도가 달라져도 짬뽕은 여전히 매운 맛 쫄깃한 공식을 얻기까지 매일 속도를 갈아치운다 건당 손에 쥔 불평등은 급이 달라도 불평 한 줌인 단 한 개의 주문을 지나 서비스가 주어지는 전략 신문지 덮어 내놓은 미처 수거되지 못한 소년기는 어느덧 멀어지고 함부로 던져도 쉬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은 바닥의 속성과 친하다 자주 불어터져도 표정이 중요해 오차 없는 정답은 재빠른 눈치, 처세는 언제든 손 비비며 고개를 꺾어야한다 - 최연수, 시 '습작기' 어떤 일의 전문이 되는 과정에 거쳐야하는 수습기가 있지요. 그 과정 뒤에야 비로소 초보의 딱지를 떼곤 합니다. 쏟아지는 업무량과 힐책이 두려워서 등골이 오싹해지지만 옛이야기 하며 웃을 때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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