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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단추
크기 다른 잠에 취향이 바뀌는 침대는
한 벌 정장 같다
뒤척이는 벽과 바닥이 하품으로 여며진다
악몽이 배앓이로 열리고
알람이 밤새 안녕을 풀어헤칠 때
남은 잠을 깔고 누운 반듯한 아침은 영영 풀리지 않는다
엉금엉금 기는 나이가 방긋 열리고
네 귀퉁이를 채운 나이는 봄바람이 풀려도
미간을 풀지 않는다
열매들이 채운 계절이 붉어
눈시울 붉게 풀리는데
다독다독 등을 채워도 삐걱거리는 어깨들
팔꿈치를 채운 탁자가 한쪽으로 풀린다
단단히 여민 오해와 오해를 주춤거린 몇 발짝은
한참을 더 지나야 풀어진다
손발 묶인 침대가 풀린 윤달, 새로운 한 벌이 다시
여며지고
언제든 열 수 있는 손바닥이 안부를 쥐어준다
실시간 풀어지는 헛소문에
진실은 한참 후에나 열린다
- 최연수, 시 '실시간 단추'
일상이 단추를 채우고 푸는 연속입니다.
하품이 하루를 채우고, 침대를 뒤척이며 아침이 열립니다.
영영 열리지 않는 죽음도 있지만, 관이 풀리면서 이장으로 다시 여미는 윤달도 있지요.
아기는 방긋방긋 저를 여는데, 나이가 들수록 찌푸린 표정이 풀어지지 않습니다.
고집을 너무 채워서, 오해만 채워서, 이해가 열리지 않을 때 당황스럽습니다.
헛소문을 풀어 헤지는 손바닥의 스마트폰. 진실은 한참 후에나 열립니다.
마음의 단추는 적당히 여미고 풀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