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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사업에 문외한이던 철도회사 간부와 의사, 정육점 관리자, 변호사 등 5명이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회사를 설립했다. 그 지역의 돌을 채취해 숫돌 제조업체에 공급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의 이름은 미네소타 채광 제조회사(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 회사 이름의 머릿글자에 M이 3개여서 3M으로 불렸다.
그 후 이 회사는 굴뚝산업 시대를 대표하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각 대학의 경영학과에서는 창의성과 발상 전환의 대표적 학습 사례로서 3M을 단골 소재로 활용하곤 했다. 이처럼 3M과 혁신을 동일시하게 만든 대표적인 발명품이 바로 ‘포스트잇’이다.
3M에서 개발한 포스트잇은 문서나 컴퓨터 모니터 등의 눈에 띄는 장소에 잠시 붙여놓는 조그만 메모지이다. 이 제품이 탄생한 배경은 한 연구원의 개발 실패에서 비롯됐다.
1970년 당시 3M의 중앙연구소에 근무하던 연구원 스펜서 실버는 3M의 기존 제품보다 더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매달렸다. 결국 그가 개발한 것은 용해되지 않을 뿐더러 일부러 녹일 수도 없는 매우 특이한 성질을 지닌 접착제였다.
하지만 그 접착제는 그런 성질로 인해 다른 곳에 강하게 붙지 않았다. 접착력이 약해 끈적거리지 않는 접착제를 두고 실버 박사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실패한 발명품이 뭔가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던 것이다.
그는 새로운 접착제를 사내 기술 세미나에서 발표했으나 아무런 호응도 얻어내지 못했다. 그로부터 4년 후 3M의 테이프사업부에서 일하던 아서 프라이는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위해 찬송가집을 뒤적이다 그 속에 끼워둔 종잇조각들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 종잇조각들은 그날 부를 찬송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끼워둔 것이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끼워둔 종잇조각을 떨어지지 않을 수 있게 할까 고민하다 종이에 풀을 칠해 붙여 보았다. 그러자 쉽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대신 종이를 떼어낼 때 찬송가의 책장도 함께 뜯어져 버렸다.
그때 아서 프라이의 머릿속을 스쳐간 아이디어가 바로 사내 세미나에서 보았던 실버 박사의 실패한 접착제였다. 그 접착제는 접착력이 약해 쉽게 떼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끈적거리지 않아 떼어낸 후에도 자국이 남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찬송가집 뒤적이다 실패한 접착제 떠올려
아서 프라이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회사에 보고한 후 정식으로 상품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회사의 초기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마케팅 부서에서 시장조사를 한 결과, 아직 아무도 써본 적이 없는 탓에 수요가 없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 것.
제품을 완성화시키기 위해 추가적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그 같은 회의적 반응에 한몫했다. 접착제를 바른 종이의 면과 바르지 않은 면이 같은 두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접착제를 도포할 종이 면을 아주 얇게 깎는 기술이 필요했다. 또 떼어냈을 때 책에 손상을 주지 않는 정확한 강도도 알아내야 했다.
아서 프라이는 회사의 회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혼자 연구에 매달려 1977년 포스트잇을 출시했다. 그걸 본 경쟁사들은 비웃었다. 고작 메모지를 비싼 돈 주고 사서 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스트잇의 초기 시장 판매는 실패였다.
하지만 아서 프라이는 자신의 발명품에 대해 확신이 있었다. 그는 종합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비서들에게 견본품을 보내는 홍보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비서들의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고, 1981년에는 캐나다와 유럽 등지로 수출까지 하게 됐다.
얼핏 보면 아서 프라이의 우연한 아이디어와 끈질긴 집념이 일궈낸 성과 같지만 포스트잇의 탄생에는 3M의 고유한 연구 풍토와 업무 분위기가 큰 역할을 했다.
3M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경영 이념은 직원들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실패를 비판할 경우 직원들의 창의성 역시 말살된다는 것이 이 회사의 경영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업 풍토로 인해 실버 박사는 자신의 실패작을 사내 세미나에서 떳떳하게 발표할 수 있었고, 아서 프라이는 거기서 포스트잇의 발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15% 규칙’ 이용해 포스트잇 개발
또 하나, 3M에는 ‘15% 규칙’이라는 독특한 연구 문화가 있다. 이는 전 직원이 업무시간의 15%에 해당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개인 아이디어 구상에 사용할 수 있게끔 한 규칙이다. 그 시간 동안 구상한 내용은 자신의 상사를 포함해 그 어느 누구에게도 보고할 필요가 없다. 규칙이라곤 하지만 강요가 아니므로 굳이 15%의 시간을 개인 아이디어 구상에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부서에 소속되어 있던 아서 프라이가 포스트잇의 개발 연구에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15% 규칙 덕분이다. 구글에서 시행하고 있는 ‘20% 규칙’은 이를 벤치마킹한 시스템이다.
기술 연구와 제품 개발 현황 등을 공유하는 문화도 3M을 강하게 하는 비결이다. 매년 9월 미네소타주 3M 본사에서 열리는 ‘글로벌 테크 포럼’에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연구 관련 인력들이 함께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이처럼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3M에서는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도 건드리지 않는 두 가지 불문율이 있다. 연구개발비와 개발인력이 바로 그것이다. 경기 침체 시 비용 절감을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월급을 깎는 경우가 있어도 연구개발비와 개발인력만은 미래를 위해 그대로 유지한다.
덕분에 굴뚝산업 시대가 지난 최근에도 3M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혁신 기업으로 꼽힌다. 2011년 4월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인 부즈앤컴퍼니가 글로벌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1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3M은 애플과 구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