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자물쇠로 각광받아온 불법복제방지책 데누보(Denuvo)가 벼랑 끝에 몰렸다. 한때 유명 크랙 그룹이 도저히 뚫을 수 없다며 후퇴하기도 했지만 올해 초부터 점차 크래킹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보안 해제까지 걸리는 기간도 나날이 짧아졌다. 한 달, 보름, 일주일 그리고 이제는 단 하루 만에 뚫리며 스스로 존재가치를 입증하는데 실패한 셈.
최근 데누보가 보안에 실패한 굵직한 게임은 다음과 같다. 8월 30일 출시된 세가 ‘소닉 매니아’와 9월 12일 출시된 코나미 ‘PES 2018’, 15일 출시된 베데스다 ‘디스아너드: 방관자의 죽음’, 19일 출시된 캡콤 ‘마블 vs 캡콤: 인피니트’가 거금을 들여 데누보를 장착하고도 줄줄이 불법복제 당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9월 26일 뭇 게이머의 기대 속에 등장한 EA ‘피파 18’은 불과 나흘 만에 모든 보안이 파훼됐다. 심지어 28일 나온 세가 ‘토탈 워: 워해머 2’는 단 8시간 사이 불법복제가 이루어졌다. 10월 들어 출시된 ‘미들 어스: 섀도우 오브 워’, ‘사우스 파크: 프랙처드 벗 홀’도 채 하루를 버티지 못하면서 데누보의 무력함만 드러냈다.
그간 데누보가 내세운 효용은 게임 출시 초기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영원불멸한 보안이란 없으므로, 수익 대부분이 발생하는 처음 몇 달간이라도 불법복제를 막아내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그런데 하루도 안돼 파훼될 정도면 락(Lock)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조차 상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아예 데누보를 포기하는 경우도 나왔다. 베데스다 ‘더 이블 위딘 2’는 당초 데누보 탑재를 공언하고 데모에까지 적용했으나 13일 출시 직전 제거했다.
결국 자물쇠와 망치의 싸움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디아블로 3’처럼 상시 인터넷 연결을 요구하는 경우는 괜찮지만 그 외 대다수 게임은 크랙 그룹의 먹이가 될 위기에 처했다. 과연 이대로 데누보가 쇄락하고 새로운 보안 솔루션이 대두될지, 아니면 무언가 획기적인 업데이트로 반격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 세상에 영원불멸한 보안이란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