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칼코마니
물을 짚은 백로를 흔들리는 백로가 한 발로 올려다본다
거울 속과 똑같은 모습을 짝이라 할 수 있을까 물 밖으로 사라지면 표정도 멀어 그날, 산책길이 그러쥔 당황 한 짝처럼 멀어진 것들은 닿을 수 없어 슬픈 것이 아니라 닿고 싶기에 슬프다
주저앉은 울음을 일으키듯 한철을 손질했을 주름진 손은 다시, 온기 한 벌 껴입을 수 없어 홑겹 시간을 걸쳐 입은 바람이 길이가 다른 다섯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끝과 시작도 없이 손끝과 소리로 만들어내는 익숙한 체온 짝이라는 말만큼 다정과 냉정사이를 오가는 관계도 없다
등과 등을 맞댄 잠 돌아누운 표정이 느껴지질 않아 나를 베고 있는 나의 골똘한 팔이 마주한 벽엔 눈코입이 보이질 않았다
- 시, '데칼코마니'
산책길에서 바라본 백로. 물에 다리만 담가놓은 모습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같습니다. 겹치면 딱 포개질 데칼코마니. 그러나 물에서 백로가 물러나면 똑같은 모습도 사라집니다. 짝이란, 거울에 비친 내가 아니라 서로 마주보며 늘 가까이 있는 사람일 겁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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