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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사람들은 왜 골프에 열광하는가

작성자: 공동우승 조회 수: 154 PC모드

지난 해 대한골프협회가 조사·발표한 ‘한국골프지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골프인구는 약 470만명에 달한다. 275만명이었던 2008년 발표와 비교하면 5년 새 무려 71%가 증가한 숫자다. 실제로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레저백서 2014’에 따르면 지난 한해 골프장을 찾은 사람은 연인원으로 무려 2,94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같은 내장객 수를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라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경기관중수인 644만명, 200만명과 비교해보면, 골프의 대중적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골프의 유일한 결점)
이처럼 예전에 비해 골프가 많이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볼 때 다른 스포츠에 비하면 여전히 많은 시간과 돈이 드는 게 사실이다. 라운드 한 번에 보통 4-5시간은 기본이고 여기에 골프장까지의 이동시간까지 더하면 꼬박 하루가 날아간다. 주말의 경우 그린피에 카트피, 캐디피 등을 더하면 2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골프에 빠지는 것일까?
사실 골프에는 다른 스포츠에는 없는 골프만의 매력이 꽤 여럿이 있다. 이를테면 대부분의 스포츠가 제한된 공간의 규격화된 경기장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과 달리 골프는 축구장 100개가 넘는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비바람에 맞서며 플레이한다. 또 골프는 심판이 없는 유일한 스포츠로 자신의 규칙 위반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신사의 스포츠다. 실력 차이가 크면 아예 경쟁자체가 불가능한 타 스포츠와 달리 골프는 핸디캡 시스템과 함께 거리별로 다양한 티(블랙, 블루, 화이트, 레드 등)를 제공하여 나이, 실력,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함께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재미일 것이다. 이것은 골프채를 한번이라도 잡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영국의 전설적인 골프기자 헨리 롱허스트(1909-1978)는 “골프의 유일한 결점은 너무 재미있다는 데 있다.”라고 했을까. 골프가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놀이이기 때문이다. 골프의 기원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골프는 스코틀랜드의 링크스에서 양을 치던 목동들의 심심파적 놀이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결국 골프의 본질은 놀이로, 대부분의 놀이와 마찬가지로 골프 역시 한번 맛들이면 헤어나기 힘든 재미와 중독성이 있다.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2세는 1457년 숙적 잉글랜드와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에서 국민들이 활쏘기 연습 대신 골프에 빠져 훈련을 게을리 하자 골프금지령을 내리게 된다. 이후 2차례나 더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별 효과가 없었는지 스코틀랜드는 결국 잉글랜드에 패하고 만다. 골프의 치명적인 매력과 중독성을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비단 오래된 과거 역사를 들추지 않더라고 골프에 미친(?) 사람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골프 잘치고 싶어 레슨비와 라운드 비용으로 집 한 채 값 날렸다는 사람이 주변에 수두룩하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놀이)
놀이를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핵심 요소라고 주장했던 프랑스의 사상가 로저 카유아(1913~1978)는 자신의 책 ‘놀이와 인간’에서 속성에 따라 놀이의 유형을 크게 경쟁놀이, 확률놀이, 모방놀이, 현기증놀이로 나눈 바 있다. 경쟁놀이는 말 그대로 공정한 규칙에 따라 경쟁자와 겨뤄서 자신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놀이로 표현된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운동경기가 여기에 해당된다. 확률놀이는  의지와 상관없이 운이나 요행, 또는 운명에 결과를 맡기는 놀이로 카드게임이나 주사위놀이 등 대부분의 도박이 여기에 속한다. 모방놀이는 시간적 또는 공간적 한계를 정해놓고 내가 아닌 가상의 인물이 되어보는 것이다. 엄마, 아빠 역할을 해보는 소꿉장난이나 연극 등이 그 예이다. 마지막으로 현기증놀이는 실제로 위험하진 않지만 일시적인 공포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즐기는 것으로, 롤러코스터가 대표적인 예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골프는 카유아가 말한 네 가지 놀이의 속성을 모두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골프는 타인과의 경쟁은 물론 과거 자신의 최고 스코어나 파(par)를 대상으로 자기 자신 혹은 골프코스와 경쟁하는 스포츠다. 또 매번 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샷을 해도 떨어지는 공의 위치가 일정하지 않을 만큼 확률이나 우연적 요소가 상당히 영향을 미치는 경기다.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스윙이나 플레이스타일을 흉내 내려고 애쓰며, 경기 중 멋진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 우리는 마치 자신이 타이거 우즈라도 된 듯 주먹을 허공에 날리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따라한다. 가능성이 낮지만 나무, 벙커, 해저드 등 코스 곳곳에 위치한 위험요소를 앞에 두고 무모하지만 짜릿한 모험을 시도하기도 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 완벽한 놀이가 있을까?

(컴퓨터게임에 숨겨진 재미의 비밀)
사람들이 골프에 빠지는 이유를 뇌과학과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설명할 수 있다. 1954년 캐나다 맥길대학의 신경과학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중 우연히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된다. 뇌의 특정 부위에 전극을 연결한 쥐 한 마리가 스스로 전원 페달을 천 번이 넘게 누르는 것이었다. 심지어 어떤 쥐는 물과 음식은 쳐다보지 않고 지쳐서 죽을 때까지 페달을 누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 부위가 바로 쾌감을 느끼게 하는 특별한 곳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다. 이른바 쾌락중추(pleasure center)와 보상회로(reward circuit)의 발견이었다. 인간의 뇌에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부위가 있는데 바로 중격측좌핵(nucleus accumbens)과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이다.
우리가 우연히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즐겁거나 재미있으면 그 행동을 반복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어떤 행동에 대해 쾌감으로 보상을 하는 우리 뇌의 부위가 바로 보상회로로 이런 보상을 통해 특정 행동이 더욱 강화된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것을 학습하거나 모험이나 경쟁 등 개체의 유지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특정 행동을 할 때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도파민이나 아드레날린과 같은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해 쾌락과 행복감을 제공함으로써 보상하는 기제를 갖고 있다. 이러한 인간 뇌의 특성을 가장 잘 이용한 것이 바로 컴퓨터게임이다.
‘울티마’, ‘스타워즈 갤럭시’ 등을 개발한 세계적인 게임개발자 라프 코스터는 자신의 책 ‘재미 이론’을 통해 게임 속에 숨겨진 재미의 비밀을 공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과제가 주어지면 해답을 찾기 위해 문제를 단순화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러한 단순화 과정이 바로 새로운 패턴을 찾는 과정인데, 이러한 패턴을 찾는 과정에서 바로 재미가 나온다는 것이다. 즉 패턴을 찾아 연습하고 숙달이 되면 인간은 재미를 느끼게 되며, 반대로 패턴을 찾지 못하거나, 패턴을 찾았더라도 잘 숙달이 되지 않으면 재미는 사라지게 된다.
대부분의 게임이 난이도에 따라 적당하게 레벨을 나누고 중간 중간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하는 것도 이러한 재미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매번 적당히 어려운 새로운 레벨에 도전하여 성공하는 과정을 통해 재미와 성취감을 만끽하게 함으로써 중간에 게임을 그만둘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너무 어려운 게임도, 너무 쉬운 게임도 재미가 없고 적당히 어려운 게임만이 재미를 줄 수 있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줄거리가 뻔한 영화나 드라마가 지루한 것도 이유이다.

(골프가 재미있는 이유)
골프가 재미있는 이유도 역설적으로 다른 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몇 시간이나 며칠만 배우면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스포츠와 달리 골프는 라운드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의 학습과 연습을 필요로 한다. 14개나 되는 클럽을 용도별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하며, 라이(lie)나 스탠스(stance)에 따라 다양한 샷도 배워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클럽과 새로운 샷을 익히며 스코어가 레벨업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재미와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배우기 쉬운 만큼 싫증도 빠른 다른 스포츠에 비해 골프는 일단 입문하면 지루할 틈이 별로 없다.

의외성도 골프를 쉽게 끊지 못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보상과 행동의 관계에 관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어떤 행동에 매번 똑같은 주기로 보상하는 것보다는 예측이 힘들게 불규칙적으로 보상하는 것이 행동을 강화하고 계속 유지하게 하는데 효과적이다. 기대하지 않은 보상이 훨씬 더 큰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도박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언제 돈을 따게 될지 예측할 수 없어 매번 다음 판에 기대를 걸게 되고, 이로 인해 쉽게 도박을 끊기 어렵게 된다. 골프도 마찬가지여서 계속된 미스 샷이나 쓰리퍼트에 열 받아 “이놈의 골프, 내가 다시 치면 성을 갈지!”하며 씩씩대다가도, 중간 중간 터져 나오는 일명 오잘공(오늘 제일 잘 맞은 공, shot of the day)이나 생각지도 않은 칩샷과 롱퍼트 성공에 고무되어 또다시 다음 라운드를 기약하게 되는 것이 우리 골퍼들의 모습이다.
생각지 못한 즐거움이 있기에 골프를 멈출 수 없다.
 
(나이 들수록 골프가 좋은 세 가지 이유)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차 운동을 포기하거나 멀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축구나 야구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젊은 한 때이지 나이 들어 계속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운동 강도가 높아 많은 체력을 요구할 뿐 아니라 부상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골프는 중간 정도의 강도로 천천히 걸으며 플레이하기 때문에 나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운동효과가 적은 것도 아니다. 18홀 기준으로 보통 8-10km를 걷는데, WHO가 권장하는 하루 신체활동량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76세에 76타를 치는, 자기 나이만큼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이른바 ‘에이지슈터’(age shooter)도 드물지 않다.

4인 1조로 플레이하는 경기의 특성상 골프를 치려면 반드시 동반자가 필요하다. 평소 인간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나이 들수록 동반자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행복을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가족, 친구, 동료 등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행복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소다. 골프는 또 장비 구입, 그린피 등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나이 들어서 계속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의 3대 조건이랄 수 있는 건강, 좋은 인간관계, 경제력 이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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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혹시 골프를 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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