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조선비즈 심민관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애플의 향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중 애플에 관해 언급한 공약 때문에 애플의 해외 자금과 해외 공장, 개인보호정책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 블룸버그 제공
◆ 트럼프 효과…애플 해외자금⋅생산공장 美 본토로 돌아오나트럼프는 대선기간 중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얻은 이익을 본국으로 가져올 때 지급하는 세율을 현행 35%에서 10%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애플은 미국 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해외에 보유하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금 규모는 총 1조2000억달러(약 1376조원)다. 이중 애플이 해외에서 보유한 자금은 2000억달러(229조3400억원)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그동안 법인세를 피하고자 아일랜드에 현금을 보유해 왔지만 최근 유럽연합(EU)이 애플에게 145억달러(16조62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한 상태”라며 “애플 입장에선 트럼프 정책을 믿고 자금을 본국으로 송환할지 여부를 고민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대선기간 중 애플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애플이 아이폰과 맥북을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만들게 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제조한 제품을 들여올 경우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애플은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폭스콘에서 아이폰을 제조하고 있다. 트럼프의 공약대로 애플 해외 공장을 미국 본토로 옮길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제조 단가도 큰 폭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 아이폰의 주요 부품이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애플 제조공장이 미국으로 이전되면, 애플이 부담해야 할 각종 운송비용 부담도 커진다.
김용석 성균관대 정보통신대학 교수는 “아이폰을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제작할 경우 기기 한 대당 제조 단가가 50달러(5만7000원)씩 올라간다는 보고서도 있었다”며 “애플이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 삼성전자가 반사적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 아이폰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모습(왼쪽)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 정용창 기자, 블룸버그 제공
◆ 애플 암호화 정책 반대한 트럼프… “아이폰 개인정보 정책 바꿀까”트럼프는 테러 등 안보 위협을 이유로 수사기관이 정보공개를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국가보다 사생활 보호를 우선하는 애플의 정책도 변화가 예상된다.
애플은 올해 초 정보보호 및 암호화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대립했다. 지난 2월 1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동부 샌버나디노에서 벌어진 총격 테러의 범인 사이드 파룩 부부가 쓰던 아이폰의 잠금을 해제하는데, FBI에 협조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애플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와 관련해 범인의 아이폰 속 암호화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 FBI가 애플에 잠금해제를 요구했으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당시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스마트폰을 모두 사용하지만 애플이 테러범에 대한 정보를 관련 당국에 넘길 때까지 삼성만 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슬람 과격주의자인 캘리포니아 총격 테러범 부부의 아이폰 정보를 애플이 당국에 넘길 때까지 애플의 모든 제품을 거부하자”고 주장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는 “애플의 암호화 정책 논란은 사생활 보호와 공공의 안전이라는 두개의 큰 가치가 충돌한 가치 판단의 문제였다”며 “트럼프가 공공의 안전을 우선하는 입장을 보인 것을 고려했을 때 애플의 암호화 정책 변화도 충분히 예상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