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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이 지났습니다.
‘어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지요.
어머니의 ‘어’와 아버지의 ‘버’로 된 말이 아닌가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옛말로 아버지는 ‘업’, 어머니는 ‘엇’이었지요.
강원도와 함경도 방언에 ‘어버시’라는 게 있는데 ‘어버이’의 원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업과 엇, 그리고 명사형을 만드는 ‘이’가 연음돼 어버시로 됐다가 어버이로 변했다는 게 통설입니다.
‘호미도 날이지만/ 낫같이 잘 들 리 없습니다.// 아버지도 어이지만/ 어머님같이 사랑하실 리 없습니다// ….’
고려 속요 ‘사모곡’ 앞부분입니다.
사모곡을 ‘엇노리’라고도 하는데, 어머니를 이르는 ‘엇’이지요.
어머니의 사랑이 아버지의 그것보다 더 지극함을 낫과 호미의 날에 비유해 노래한 것입니다.
아버지들은 매우 서운하셨겠습니다.
동의하시나요?
아버지 부(父)는 손(又)에 도구를 들고 있는 모양의 글자로, 식구들을 먹이려고 힘써 일하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어머니 모(母)는 여(女)에 양쪽 가슴을 표현한 글자로, 젖 먹여 자식을 키운다는 의미이겠습니다.
자식은 혹, ‘형편이 되면 잘 봉양해야지’ 생각할지 몰라도 부모님은 야속한 세월 때문에 기다리실 수 없다(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는 경구가 있지요.
‘나중에’라고 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국민일보에 연재중인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코너에서 퍼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