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est Posts Recent Comments 문의사항 신고하기 이용안내 이벤트 포인트 리스트 공지사항 관리자문의

공지사항

고정공지

(자유게시판에서 질문 금지) 질문하신 유저는 통보 없이 "계정정리" 될수 있습니다.

Warning!  자유 게시판에서 질문을 하시면 바로 강퇴 됩니다.
분류 :
일반
조회 수 : 382
추천 수 : 0
등록일 : 2017.06.10 13:43:31
글 수 14,219
URL 링크 :


[Why] 결혼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지난 주말 매우 인상적인 결혼식에 다녀왔다. 경기 양평의 한 한옥에서 혼례가 치러졌다. 양가 합쳐 하객 150명가량 모인 작은 예식이었다. 신랑·신부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고 혼주(婚主)들은 아쉽고 섭섭한 표정을 땡볕에 일그러뜨리며 감췄다.

신랑은 멀끔했고 신부는 예뻤다. 신랑·신부 닮은 남녀가 깔깔 웃으며 오가기에 누군가 했더니 신랑의 남동생과 신부 여동생이었다. 두 사람은 예식에서 결혼반지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늘은 푸르게 높았고 가끔 낮은 구름이 볕을 가려줬다. 하객들은 한옥 처마 밑 그늘에서 속닥거리며 낯설고도 궁금한 예식을 기다렸다.

주례는 없었다. 새 부부가 행진할 때 결혼 행진곡 대신 재즈로 편곡된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곡이 라이브로 연주됐다. 결혼이란 게 땅과 바람과 불의 결합이라는 생각을 했다. 고요히 생명을 키워낼 수도, 땅을 가르고 바다를 뒤집을 수도 있는 그 엄청난 에너지 말이다.

혼례가 끝난 뒤 신랑 아버지가 인사말에 나섰다. "어머니가 20년 걸려 아이를 남자로 키워놓으면, 다른 여자가 나타나 20분 만에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입니다." 와, 하고 웃음이 터졌다. 결혼한 지 오래된 사람일수록 웃음소리가 컸다. 우디 앨런이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There are three rings involved with marriage. The engagement ring, the wedding ring and the suffering(의역: 결혼은 세 개의 '지'로 요약된다. 약혼반지, 결혼반지 그리고 이게 뭔지)."

혼주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저희 아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8년을 사귀었고 바보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귀한 며느리를 얻은 덕입니다." 좌중에서 박수와 휘파람이 터졌다. "결혼이란, 여러 번에 걸쳐 같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겁니다"라고 그는 말을 맺었다.

피로연이 무르익을 때쯤 신부가 노래를 했다. 꿈꾸듯 그 모습을 보던 신랑이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제가 저 목소리를 듣고 반했습니다." 바보 된 것 맞구먼, 뭘.

이전글 다음글

프리네

2017.06.11
21:25:26

멋지네요....요즘 기계찍듯 뽑아내는 결혼식장 가보면 정말 이건 아닌데 싶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불편 ※ 박제 (댓글도배) 리스트 ※ (Updated 2019-08-21) [14] file 은소라 2019-08-13 2400
공지 정보 오에스 매니아 [ OSManias ] 게시판 및 댓글 이용 안내 [ V : 3.0 ] UzinSG 2019-04-30 3028
공지 정보 오에스 매니아 [ OSManias ] 게시판 이용 안내 [ V : 3.0 ] UzinSG 2019-04-30 2307
공지 불편 오매에서 주관적인 댓글 작성하지 마세요 [56] file Op 2019-04-10 3245
10299 일반 얼마 안 있으면 저희 작은 아들 기말시험입니다 응원해주세요 [2] 도연이삭 2019-06-01 25
10298 일반 저희 딸이 무서워 하는 곳이 치과입니다. 그래도 잘 이겨내야겠지요 [1] 도연이삭 2019-06-01 30
10297 일반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이겼습니다. 16강 진출 축하합니다 [2] 도연이삭 2019-06-01 29
10296 일반 경운기 수리 완료 [2] file 필농군 2019-06-01 63
10295 일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오늘이군요.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내일 새... OS초보99 2019-06-01 29
10294 일반 주말 잘보내세요 Ai 2019-06-01 37
10293 일반 즐거운 토욜입니다! 모두 맛점들하세요~ kwonE 2019-06-01 17
10292 일반 산딸기 [4] file 오이 2019-06-01 31
10291 일반 날씨 좋은 주말에 병원에서 반을 보냈습니다. 비가오면 2019-06-01 20
10290 일반 집 뒷산 편백숲 file 오이 2019-06-01 34
10289 일반 벌써6월이 되었네요 [1] OS초보99 2019-06-01 35
10288 일반 출근해서 일하는 중입니다. [4] 살찐박쥐 2019-06-01 31
10287 일반 즐건 주말및 6월 시작되었네요 제갈영인 2019-06-01 22
10286 일반 pc 게임을 안하니까 컴퓨터 업그레이드 필요성이 궂이... [4] 컨츄리야옹 2019-06-01 63
10285 일반 6월의 첫 주말... 컴박사 2019-06-01 24
10284 일반 흙수저의 힘듬을 아시나요? 빵근 2019-06-01 56
10283 일반 토요일날 모임 [1] 프펌 2019-06-01 32
10282 일반 20세이하 월드컵 아르헨티나 이기고 16강에서 일본과 .... 이상무 2019-06-01 28
10281 일반 6월 1일, 시작이네요. [1] 박사유 2019-06-01 20
10280 일반 에어컨 설치 피해 급증…"실외기 추가 비용 요구는 사기" [2] haum 2019-06-01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