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상상
"오래된 옛날 책의 페이지에 찍힌 갈색의 얼룩들은 아마도 독자들이 그 책을 크게 소리 내어 읽다가 튀긴 침의 흔적일 것이다. 문어의 책 위에 찍힌 구어의 흔적."
옮겨온 글처럼, 우연히 내게 온 책의 밑줄이나 얼룩 등을 보면서 여러 상상을 해 봅니다. 책을 읽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이지요.
오래전, 어느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 생각납니다. 헌 책방에서 구입한 책의 붉은 핏자국을 보며 주인공은 여러 생각을 하지요. 헤어진 애인에게 보낸 편지도 그 안에 남아 있어 주인공은, 책의 주인이 실연의 고통을 참다가 혹 자신에게 자해를 한 건 아닐까 상상하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슬픈 줄거리에 가슴이 찡해질 때쯤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반전이었습니다. 책의 원 주인은 헤어진 연인과 결혼해 잘 살고 있고, 그 책에 묻은 핏자국은 책 주인을 물고 날아가는 모기를 책으로 쳐서 잡은 뒤에 튄 핏자국이었습니다.
상상만큼 즐거운 것이 있을까요. 그것도 책이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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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는 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