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마을에 엄마와 딸이 살고 있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딸은 실업계 학교를 장학생으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학교가 멀어 날마다 한 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통학했습니다.
어느 날, 딸은 버스 시간을 맞추느라 바쁘게 옷을 입고 나가려는데, 스타킹을 찾아보니 몇 개 안 되는 스타킹이 하나같이 구멍 나 있었습니다. 딸은 스타킹을 들고 다짜고짜 엄마를 다그쳤습니다.
"엄마, 이거 다 왜 이래?"
"저런, 내가 빨다가 그랬나 보다. 이놈의
손이 갈퀴 같아서... 이를 어쩌나."
"다시는 내 스타킹에 손대지 마. 이제부터 내가 빨 테니까." 엄마는 그 후론 딸의 스타킹에 정말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방학이 되어 딸이 집에 있을 때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네? 우리 엄마 지문이 닳았다고요?" 엄마의 주민등록증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문이 닳아서 등록이 잘 안 되니 잠시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딸은 잠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왜, 스타킹을 못 쓰게 만들 정도로 거칠어진 엄마의 손을 한 번도 잡아드리지 못했을까?'
딸은 밭으로 엄마를 찾아갔습니다.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기역으로 굽은 등... 평생을 그렇게 논매고 밭매며 억새처럼 살아온 엄마였습니다. 딸은 말없이 다가가 엄마를 끌어안았습니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이고, 우리 딸이 웬일로 밭에 다 오고..." 영문도 모른 채 엄마는 딸을 감싸 안았습니다. 엄마의 손은 비록 땡볕에 그을리고 패이고 흙 묻은 손이었지만 그 손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이었습니다.
주고 또 주어도 더 주지 못해 늘 안타까운 사람.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기 손이 다 닳아 없어져도 마다치 않을 사람. 고향 집의 아랫목처럼 언제나 그립고 따뜻한 사람. 듣기만 해도 먹먹해지는 이름, 그 이름은 '엄마'입니다.
# 오늘의 명언 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는 것은 내가 타고난 영광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엄마는 나에게나 남에게나 거짓말한 일 없고, 거만하거나 비겁하거나 몰인정한 적이 없었다.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요. 내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 잃어버려 그 사랑 속에서 자라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 피천득 -
마음이 짠해지는 글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