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다가 산사의 약수터를 만나면 더없이 반갑다. 더위와 목마름을 단번에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을 마시기 위해 바가지를 집을 때면 뭔가 걸리는 게 있다. 그래서 바가지를 물로 행군다음 물을 받아 마신다.
일본인들은 신사 약수터에서 물을 마실 때 걸려 있는 물바가지로 그대로 받아 마시고 반드시 물로 씻은 다음 걸어놓고 돌아선다고 한다. 우리도 그럴 것이다. 그럴 거라고 믿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에 걱정하는 것. 내가 바가지를 꼭 씻어서 물을 마시는 것도 그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