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구두를 살 수 있지만 내핍을 위한 거라면 저 반지를 살 수 있지만 욕구를 줄이는 것이라면 서러움이 아니다 저 구두를 샀기에 밥 먹을 수 없는 것이었을 때 저 소꿉놀이 장난감을 샀기에 사과를 먹을 수 없는 것이었을 때 저질렀다 한다
저질렀다는 것은 머루 같은 자존심이다 저질렀다는 것은 욕망에게 엎드린 무릎이다 저질렀다는 것에 대하여 함구하시라 가장 아린 피가 선택한 지극한 절제다
- 손한옥 시집 [13월 바람], 시 '저질렀다는 것은'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가끔 망설입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그리하면 다른 것에 내핍을 해야만 할 때입니다. 빤히 보이는 현실 앞에서 그래, 사고보자, 저지르곤 합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후회가 밀려오기도 합니다. 나를 위해 쓴 그것이 나를 무겁게 누를 때입니다. 그러나 가족을 위해 저질렀던 경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