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 반도체 회사 AMD와 전격 제휴
삼성 모바일 프로세서에
AMD 그래픽기술 탑재 추진
파운드리·이미지센서 이어
비메모리 공격 투자 잇달아

삼성전자가 그래픽 프로세서·처리장치(GPU)에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손잡고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모바일AP(프로세서)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지난 4월 '2030년 시스템반도체(모바일AP·이미지센서·파운드리 등)1위 달성' 비전을 제시한 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이미지센서 등에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기술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였는데, 이번에는 모바일AP 강화에 나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반도체 부문 사장단과 회의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1위'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진 만큼 이와 관련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AMD와 초저전력·고성능 그래픽 설계자산(IP, 반도체 특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모듈 등의 특허)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파트너십 체결로 AMD는 자사 그래픽 설계자산인 'RDNA(AMD의 최신 그래픽 기술) 아키텍처(회로)'를 기반으로 모바일 기기와 각종 응용 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그래픽 설계자산을 제공하고, 삼성전자는 라이선스 비용과 로열티를 지불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그래픽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시장 전반에서 혁신을 이끌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은 "차세대 모바일 시장에서 혁신을 가져올 획기적인 그래픽 제품과 솔루션에 대한 파트너십을 맺었다"며"AMD와 함께 새로운 차원의 컴퓨팅 환경을 선도할 모바일 그래픽 기술의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PC, 게임 콘솔, 클라우드와 고성능 컴퓨터 시장에서 최신 라데온(AMD의 그래픽 기술 브랜드) 그래픽 기술 채용이 늘고 있다"며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고성능 라데온 그래픽 솔루션을 모바일 시장으로 확장하고 생태계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AMD는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반도체 설계 회사로 중앙처리장치(CPU)와 GPU, 그래픽카드 등 고성능 집적회로와 컴퓨터 부품을 생산한다. CPU는 PC, 노트북PC 등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이다. GPU는 CPU에 비해 단순 연산을 동시에 여러 건 진행할 수 있는 프로세서로 모바일AP 등에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AMD는 글로벌 CPU 시장에서는 미국 인텔에 이어 2위, GPU 분야에서는 미국 엔비디아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플릿PC 등에 활용되는 모바일AP는 CPU, GPU, 보안칩, 통신모뎀 등 다양한 기능이 함께 탑재된 시스템온칩(SoC) 형태이다. 모바일AP를 개발·생산하기 위해서는 GPU 기능을 탑재해야 하는데, 삼성전자는 그동안 영국 반도체 업체인 ARM의 기술을 활용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AP에 AMD 기술을 어느 정도 활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향후 파트너십의 진행 경과를 보면서 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파트너십 체결은 모바일AP를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삼성전자의 모바일AP인 엑시노스 SoC에 AMD의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기기의 증가에 따라 모바일AP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글로벌 모바일AP 시장 규모는 2019년 227억달러에서 2023년 268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의 강자는 퀄컴이다. 작년 퀄컴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37%이고 대만 미디어텍(23%), 애플(14%), 삼성(1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시스템반도체 1위'란 목표를 제시한 이후 파운드리·이미지센서 등에서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을 선보이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모바일AP의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기술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을 볼 때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서 투자, 연구개발(R&D) 등이 전방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용어 설명>

모바일AP : 모바일 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로 각 애플리케이션(앱) 구동이나 그래픽 처리 등 데이터를 연산·처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김규식 기자 / 황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