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에게 밥을 먹이다
산 아래 발 벗은 움막집
오글오글 무 속 파먹으며 겨울을 건너왔을까
재 너머 방물장수 등에 업은 애기
한 술 두 술 집집마다 얻어 먹여도
칭얼대는 해질녘, 동구 밖
버드나무 그늘 떠먹이다 늙어갔을까
모서리마다 아프게 핥아주다
밥상머리 한 번 올라보지 못한 낡은 놋숟가락
오랜만에 따순 밥 지어 고봉 한 술 떠먹인다
- 김남수, 시 '숟가락에게 밥을 먹이다' 부분 -
늘 나에게 밥을 떠준 숟가락입니다.
오래된 것들, 혹은 너무 친해서 잊고 사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들로 인해 따스한 밥을 먹고
온기를 입으면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입니다.
물건만 그런 것은 아니지요.
사람도 그래서, 당연한 듯 받기만 하고
베풀어주는데 인색했던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가끔은 나의 마음을 주는 것,
그것이 반응이고 정일 겁니다.
좋은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