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손가락(검지)이 넷째 손가락(약지)에 비해 짧은 남성일수록 알코올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일 강남을지병원 한창우 교수와 서울성모병원 김대진 교수 연구팀이 한 알코올중독치료센터에 입원한 남성 환자 87명의 검지와 약지 길이를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99%의 신뢰도로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검지 대비 약지 비율(검지 길이를 약지로 나눈 값)이 낮았다. 대조군은 알코올 의존 병력과 가능성이 전혀 없는 52명의 일반인으로 선별됐다.
검지와 약지 길이가 동일한 1을 기준으로 삼을 때, 검지 대비 약지 길이 비율이 낮다는 것은 검지는 짧고 약지는 긴 경우다. 대개 남성은 검지보다 약지의 길이가 길고 여성은 거의 비슷하거나 검지가 약지보다 긴 경향이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왼손보다 오른손에서 더 두드러졌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검지 대비 약지 비율은 오른손에서 0.934로 일반인의 0.956보다 낮았다. 왼손의 경우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0.942, 일반인이 0.958이었다. 평균적으로 검지는 짧고 약지는 긴 셈이다.
한창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검지는 짧고 약지가 긴 남성일수록 알코올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태아가 뱃속에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될 경우 약지의 길이가 검지보다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경우 남성성이 발현되는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지며 알코올 의존증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성, 성취욕, 공격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인 경향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남성에게서 여성보다 3~4배 정도 높게 발병한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김대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검지와 약지의 길이 비율이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생물학적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정신약물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