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서녘은 아가리 크게 벌려 우걱우걱 그 많은 새떼를 먹어치웠다
삽시간에 피로 물든 서해엔 줄지은 조문객으로 사방이 캄캄해졌다
피 흘리던 허공의 환부도 어스름이 끌어안았다
주변도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여전히 굶주린 얼굴로 어제를 삭제하고 있는 저,
- 서주영, 시 '저물녘' 전문
십이월은 한 해의 저물녘 같습니다.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시간.
서둘렀던 일,
이루고자 했던 일,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일 등을 가만 들여다보는 시간입니다.
무엇을 더 시작하기보다는
꼼꼼히 다듬고 매듭을 지어야만 하는 때.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정리의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