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를 안다는 것
"어렸을 때 고양이 물루는 겁이라곤 전혀 몰랐다. 어지러운 줄도 모르고 낙수 홈통을 타고 걸어다니기도 했으며 정원에 사람들이 있을 때면 눈길을 끌어 칭찬을 받으려고 살구나무의 맨 꼭대기에까지 기어 올라가기도 했다. 이제는 눈치가 생겨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애써 하지 않는다."
장 그르니에의 '섬'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고양이만 그러겠습니까. 어린 시절, 사람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책을 펴놓거나 평소 하지 않는 것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로지 내가 중심이 된 철없는 행동이었지요. 철이 든다는 것, 체면을 차린다는 것, 예절을 배운다는 것은 한편, 눈치가 늘어가는 것. 어떤 때는 그런 형식이 거추장스럽지만, 어쩌겠어요. 그렇게 나의 중심에서 타인의 중심으로 배려하고 배우는 삶인 것을.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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