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이 파문을 지울 수 있다면
나는 작은 몸짓에도 빠르게 반응해
당신이 터치하는 순간, 감정에 주파수를 맞추지
떨림으로 중심은 흐려지고
둥근 물무늬는 가장자리를 향해 번져가지
절정의 순간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회용이야
나는 또 새로운 파장으로 문신을 새기고
똑 같은 표정을 지을 거야
빗나간 사랑놀이에도 대답은 언제나 동그라미
내 몸에 새긴 파문을
물의 지문이라고 말하지
하지만, 내 뼛속에는 불온한 씨앗이 들어있어
감쪽같이 지우고 평상심을 유지해
입을 꾹 다문 채
- 노수옥, 시 '파문'
호수를 가만 들여다보면, 작은 움직임에도 파문이 생깁니다.
그 파문은 새로운 파장으로 새기는 문신,
단 한번인 똑 같은 표정의 동그라미입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인은 물의 지문이라고 명명합니다.
우리들 손의 그 무늬 같은.
사람도 감쪽같이 파문을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신이 평상심을 유지하는 힘을 시인은,
불온한 씨앗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삶이 끝없이 흔들리는데 대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