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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나무 꽃
꽃들도 모두 사라진
겨울 들머리에
홀로 눈부시게 피어나는
비파꽃을 아시는지요
제가 비파꽃을 알게 된 것은
십여년 전, 쪽빛바다가 그리워
불쑥 남해를 찾아갔을 때
그 곳에 사는 친구가
눈이 내려야 피어나는 귀한 꽃이라며
나를 한 나무 아래로 데려가 보여준 꽃이
바로 비파꽃이었지요
잎과 열매가 비파를 닮았다는
이름조차 생소한 그 나무 아래 섰을 때
암끝검은표범나비 한 마리
줄을 고르듯 다섯 장의 흰 꽃잎 위를 날며
나를 반겨주어 가슴 먹먹하던 기억
그날의 기억이
새삼 돋을새김 되는 것을 보면
눈 내리는 겨울이 멀지 않았나 봅니다
글.사진 -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