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L 링크 : |
---|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2015, 우민호 감독)은 여권 대권주자와 재벌 및 언론의 유착관계라는 식상한 소재를 통해 누가 한국을 어뗳게 지배하는가에 대한 영화다. 관객들은 수구 반동 세력으로 명명되는 이들에게 인간의 선함이나 정의라는 가치를 기대하지 말라. 그들은 일반인을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도 않고 개 돼지로 인식하니까. 수구 반동세력은 그들끼리의 담합과 여론 조작 그리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할 뿐이다.
영화 속에 주요 인물들은 여권대권주자 (장필우), 재벌회장(오연수), 신문사 논설주간 (이강희), 검사 (우장훈) 그리고 정치깡패 출신 연예기획사 사장(안상수)다. 여권대권주자와 재벌회장 그리고 신문사 논설주간은 학연과 지연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 이들은 또 ‘탐욕’이라는 공통 가치를 공유한다. 이를 기반으로 거짓말과 사기, 협박, 살인 등을 통해 그들만의 왕국을 유지한다. 이 우아한 세계에 포함되지 못한 것들은 다만 소모되는 일회용품이다.
대한민국 권력 복합체 실체
대통령 후보인 장필우는 검사출신으로 이강희 논설주간의 친구다. 이강희는 장필우를 미래자동차 회장인 오연수 회장에 소개 시켜 대권후보로 키운다. 물론 장필우는 이강희 신문의 든든한 광고주다. “회사에 반하는 기사를 쓸 수 있나”라는 말을 하는 이강희는 ‘사실’을 왜곡, 여론을 조작한다. 최종 수혜자는 언론사와 광고주다. 그는 실제로 편집국 회의에서 기사 논조를 조절하고, 이슈 물타기를 통해 권력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주류 언론사 논설주간인 이강희는 국민을 일회용품으로 여긴다. 왜?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 입니다. 적당히 짖어 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탁월한 여론 조작술은 정치 경제 권력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발휘하게 한다. 대권후보는 여론의 절대적 지지 없이 5년 비정규직 대통령이 될 수 없고, 재벌회장은 5년동안 자신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정치적 방패막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한국 기득권층은 권력 동맹을 맺는다. 정. 경. 언. 복합체 실체다. 엘리트주의에 푹 젖어 있는 그들은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수구 반동 복합체’를 형성한다. 이들은 가족과 국가 안위 및 전통 수호보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 가족과 국가를 이용한다. 수구 반동세력이다.
그러게 잘하지 그랬어. 아니면 잘 좀 태어나던가?
이들 수구 반동세력들은 우장훈 검사와 정치 깡패 안상수를 그들을 우한 ‘칼잡이’나 ‘채홍사’ 이용한다. 이들은 금권 자본주의 마름들이다. 우장훈 검사와 안상수 연예기획사 대표로 표현되는 이들은 흙 수저들이 계급사회에서 갖춰야 할 조건과 한계를 보여준다. 성공하고 싶으면 실력은 기본이다. 두 번째 조건은 ‘머리’를 갖고 생각하면 안된다. 명령에만 복종하면 된다. 정의나 진실 같은 가치들은 쓰레기통 직행이다. 만약, 흙 수저들이 이를 어길 경우, 비 오는 날 밤에 벽돌로 뒤통수를 맞고 냉동실에 끌려가 손목이 잘린다. 또는 자살로 위장된 번개탄 살해를 당하거나 중앙 조직에서 시골 후미진 곳으로 좌천된다. 감히 ‘개 돼지’인 주제에 주인을 능멸했으니 말이다.
구체적으로 영화 내용 속으로 들어가 보자. 족보도 없는 새끼로 분류되는 우장훈은 좋은 검찰 보직을 얻기 위해 선배 명령에 따라 여권대권주자 장필우의 뒤를 개처럼 캐기 시작한다. 까라면 까고 덮으라면 덮는 것이 대한민국 검사 숙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하지만, 우장훈 검사의 욕망은 좌절된다. 검찰 기득권층으로 분류되는 ‘광어’가 아닌 ‘잡어’ 출신인 그가 수뇌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은 것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검사 우장훈은 대선자금 수사를 중단 당한 채 지방으로 좌천된다. 지방에서 와신상담 생활을 하던 중 안상수의 복수 혈전 계획을 눈치채고, 검사와 피의자 신분이 아닌 ‘적대적 동맹’ 관계를 맺는다.
“끌어만 주시면 (개처럼) 짖지 않고 예쁘게 따라 가겠습니다”라고 맹세한 정치 깡패 안상수는 왜 대한민국 검찰과 위험한 동행을 시작한 것일까? 가방 끈 짧고 머리보다 몸으로 삶을 살아온 안상수는 논설주간 이강희의 도움으로 어둠의 주먹 세계를 벗어나 제도권에 진입한다. 연예 기획사 대표로 자리 매김을 하면서 재벌 회장의 채홍사 노릇도 한다. 그러던 중 안상수는 오회장의 비자금 장부를 손에 넣고 수구 반동 세력과 거래를 시도한다. 그에 대한 대가는 그의 손목 절단이다. 청소부가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쓰레기를 훔친 대가다. 그 뒤, 나이트 클럽 남자 화장실 도우미를 하면서 치밀한 복수혈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 그의 계획은 오회장 행동대장에 발각 돼 살해 될 위기에 처한다. 이때 안상수는 우장훈 검사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모히또에 가서 몰디부나 마실까”
이렇게 흙 수저 우장한 검사와 연예기획사 안상수는 오월동주를 시작한다. 지방을 벗어나기 위해 실적이 필요한 우 검사와 복수를 계획하는 전직 깡패는 ‘그들의 욕망’을 위해 동맹을 맺은 것이다. 그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은 미디어다. 기자회견을 통해, ‘정.경.언’의 수구 권력 복합체의 실체를 폭로한다. 하지만 그들은 논설주간 이강희의 ‘단어놀이’에 되치기 당한다. 안상수는 감옥에 재수감되고, 우장훈은 이강희와 내부거래를 시도한다. 그 결과, 검사 우장훈은 전라의 여인들과 쾌락의 향연을 즐기는 수구 반동세력의 ‘성기 파티’ 일원으로 초대된다. 이 모든 장면은 로얄 샤롯트 양주병 뚜껑의 카메라에 찍힌다. 이와 동시에 안상수는 탈옥을 감행, 자신을 성공시켜주고 배신한 이강희 사무실에 숨어든다. 그는 가져온 도끼로 이강희의 오른 손목을 잘라 버린다. 그 뒤 경찰서로 찾아가 자수한다.
이것으로 영화가 끝났는가? 그러면 너무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안상수는 경찰서, 감옥, 논설 주간의 어두운 사무실 등을 오가며 그의 임무를 수행한다. 검사 우장훈은 이강희와 거래를 하는 병원과 삼엄한 경호를 받는 재벌 회장 밀실 및 검사실 및 기자회견장 등에서 치밀하게 그의 계획을 실행한다. 검사와 깡패 공동 작전은 한국 수구 반동 세력의 추악한 면을 폭로하는데 성공한다.
그렇다고 정의가 승리했다고 생각하진 말자. 비록 영화 속에서 대권후보 장필우가 소주병이 뒹구는 허름한 여관방에서 넋을 놓고 있다 할지라도. 재벌은 여전히 주류언론의 가장 큰 광고주로서 여론 조작 자금을 공급하고 있고, 여론 조작자 이강희는 여전히 감옥에서 특혜를 받으며 누군가에 여론 조작술을 전파하고 있으니까. 흙 수저들이 금수저를 이겼다고 순진한 생각은 하지 말자. 우장훈 검사는 검찰 옷을 벗고 변호사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감옥에서 나온 깡패 안상수는 우 변호사에게 “모히또에 가서 몰디부나 마실까”라고 농을 치고 있으니.
※ 이 글은 자유언론실천재단(http://www.kopf.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