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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May
제주도 민박집 귀신작성자: 콩나물 조회 수: 50
제가 직접 본 귀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리보기 요약 - [장소 : 제주도 서귀포 버스 정류장 앞 민박집]
[시간 : 밤] [확 줄인 줄거리 : 생애 처음 귀신 봄]
상세내용 [거짓없이 진실만을 적습니다]
제가 14살 때 이야기입니다.
저는 제 위로 형 한 명과, 어머니, 외할머니 이렇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 해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저희 가족은 약간 우울한 분위기가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가족들을 위해 분위기 전환으로 제주도 여행을 제안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여행이라는 걸 떠나본 적이 없던 저희 가족은 그렇게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비행기도 처음 타고 제주도라는 곳을 처음 와봤습니다.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한 여행이었죠.
제주공항에서 내려서, 우리는 서귀포로 직행하는 버스를 탔습니다.
공항과 서귀포만 왕복하는 버스였죠.
그걸 타고 서귀포에 내린 우리 가족은, 제일 먼저 숙박시설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 거렸습니다.
버스 정류장 앞에는 큰 호텔이 하나 있었고, 그 옆으로 2층짜리 건물로 된 민박집이 하나있었죠.
가격도 싸고, 취사도 할 수 있다는 민박집 주인 아저씨의 얘기에
저희 가족은 망설임없이 그 곳에 투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장마철이라 그런지, 아니면 원래 제주도가 비가 많이 오는건지....
그 다음날부터 소나기가 쏟아지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관광은 하지도 못하고 민박집에서 그냥저냥 사흘을 보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저희 형은 학업이 중요하다며 먼저 육지로 가버렸습니다.
결국, 어머니와 저만 민박집에 묵게 되었죠.
민박집은 당시 장마철이라 그런지 손님이 저희 가족 말고는 없었습니다.
1층에 방 8개, 2층에 방 8개. 이렇게 되어 있었는데도요.
물론 그 민박집이 인기가 없는 곳도 아니었습니다.
복도와 1층에 공용주방시설엔 이 민박집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알려주는 낙서들이 가득했거든요.
무슨 무슨 동아리 왔다감. 누구누구 신혼여행 잘 있다 갑니다.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그런 낙서들을 볼 때마다, 관광철이 아닌데 왔구나. 싶었죠.
당시 제가 묵던 2층의 구조는 대략 1층과 연결된 중앙 계단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복도가 하나 뻗어있고,
계단 우측 복도 좌우편으로 방이 두 개씩 총 네 개. 계단 좌측 복도 좌우편에도 방이 두 개씩 총 8개의 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앙 계단 앞에는 커다란 정수기가 한 대 놓여있었고요.
건물 복도와 문은 나무로 되어 있어서, 걸어다니거나 문을 여닫으면 특유의 나무소리가 들려왔죠.
제가 묵던 방은 계단에서 올라와 왼쪽 복도, 왼쪽 편 두 번째 방이었죠. (건물 가장자리 방)
방 구조는 2인용 침대가 방문 오른쪽 옆에 놓여 있었고,
방문 맞은 편에는 바깥 풍경이 보이는 커다란 여닫이 창문이 있었습니다.
방문 왼편으로는 화장실 겸 욕실이 있었고요.
화장실문과 여닫이 창문 사이, 방 구석진 자리에 작은 서랍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 텔레비전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던 문제의 그 날.
저녁 7시. 어머니께서는 제주도에 있는 한 교회의 철야 예배를 드리러 가셨습니다.
새벽 예배도 거기서 드리고 오신다고 하셨죠.
주인 아저씨는 1층 카운터 자리를 보시다가, 밤이 되면 민박집 건너편에 있는 자기 집에 가서 주무셨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밤은 저 혼자 그 건물에 남겨진 겁니다.
저녁 무렵부터 비는 다시 내리더니 소나기가 되어 천둥번개도 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투니버스나 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컵라면을 하나 먹으며, 포켓몬스터를 봤죠. 그렇게 시간은 어느 덧 10시가 좀 넘어가고 있었죠.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한기가 좀 돌아서 침대에서 나와보니 바닥에 물이 좀 있더군요.
여닫이 창문 닫는 걸 잊고 있었던 거였죠.
창문은 좀 불편하게도, 밖으로 몸을 쑤욱 내밀어서 닫아야 하는 여닫이.
창문을 닫는 답시고, 몸을 밖으로 내민 다음, 양 팔을 벌려 문 손잡이를 잡아당겨 문을 닫았습니다.
덕분에 비를 쫄딱 맞았죠.
수건으로 바닥에 물기를 닦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니,
텔레비전에서는 어느새 드래곤볼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용도 기억납니다. 셀이 인조인간들을 집어삼키는 편이었습니다.
재밌게 보고 있는데, 밖에서 삐그덕 삐그덕 사람 발 소리가 들리더군요.
저희 어머니 아니면 민박집 주인 아저씨였죠.
저는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봤습니다.
발소리는 분명 들렸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복도는 깜깜했고, 정수기의 온수, 냉수, 불빛만 보이고 있었죠.
때 마침 천둥 소리가 들리며, 세찬 바람이 느껴졌습니다.
건물 안이라 바람이 들어올리가 없는데 말이죠.
저는 약간 겁에 질려 다시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방안을 봤는데 뭔가 다르더군요.
여닫이 창문.
그게 열려 있었습니다.
비가 바람을 타고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죠.
'저게 왜 열려있지?'
저는 별 생각없이 창문 쪽으로 다가가, 다시 몸을 밖으로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창문을 닫기위해 팔을 벌렸죠.그 때 였습니다.
부스럭- 부스럭-
제 밑에서 뭔가 꾸물 대는게 느껴지더군요.
시선을 내려 밑을 보니, 민박집 외부 담벼락과 민박집 1층 벽 사이.
얼마 넓지 않은 그 좁은 사이에서 웬 검은 물체가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고양이인가?'
비가 쏟아져서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검은물체는 잠시 꿈틀대더니 건물벽을 타고 기어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사, 사람?'
사람이었습니다. 검은 옷차림의 사람.
'도둑인가! 도둑질하려고 왔구나. 내가 눈치챘다는 걸 알면 그냥 갈 거야.'
저는 침을 꿀꺽 삼키고, 용기를 내어 외쳤습니다.
"야, 야! 너 뭐야!"
그 순간,
그 사람이 고개를 들고 저의 눈을 딱 노려보더군요.
창백한 얼굴. 무표정한 얼굴. 소름끼치는 눈빛. 검은 옷소매 밖으로 벽을 짚고있는 차가운 맨 손.
'어, 어! 사, 사람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동시에,
그 귀신이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 저를 노려보며 벽을 빠른 속도로 기어오르더군요.
'어, 어?!'
저는 너무 놀라 뒷걸음치며, 방문에 등을 기대고는 스르르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너무 놀란 상황이었고, 현실이라고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내가 미친건가?'
'내가 뭘 본 거지?'
'뭐야 방금 그건?'
'도둑이 아니었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제 시선은 오직 그 망할 여닫이 창문에만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비는 계속 들어오고 있었고, 텔레비전에서는 아직도 드래곤볼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갔습니다.
한 5분이 지나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다시 생각했습니다.
'뭐지? 방금 그 속도라면 벌써 창문에서 나타났어야 하는데?'
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창문을 통해 나타날 귀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조심스럽게 다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일어났습니다.아주 천천히.
방문에 등을 기댄채 서서히 일어나는 그 순간. 제 오른쪽 위.
천장 구석에서 무언가 스스슥, 스스슥,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안 돼, 보면 안 돼, 보면 안 돼, 보면 안 돼.'
속으로 그렇게 되새기면서도, 제 고개는 최면에 걸린 것처럼 삐그덕거리며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천장 구석.
그곳에는 검은 소복차림의 창백한 얼굴의 귀신이 눈을 부릅뜨고 저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스스슥, 스스슥. 스스슥.
그 귀신의 머릿카락이 천장벽을 타고 방을 퍼져나가고 있는 소리였습니다.
너무 놀라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리니, 도망가야한다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귀신이 몸통은 천장 구석진 곳에 그대로 있고,
목만 쭈욱 늘어나더니 제 얼굴 바로 코 앞까지 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머리카락인지, 그 귀신의 손인지, 무언가가 제 목을 조르며 숨통을 조여왔습니다.
망설임없는 눈빛. 그 눈빛을 보며.
'날 죽일 생각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때 마침, 생각이 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평소 입버릇처럼 달고 사시는 예수님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제 주변 사람들은 에이 하면서 다 웃더군요,)
사실 저는 그닥 종교를 잘 믿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초자연적인 존재인 귀신이 눈앞에 있는데, 살수만 있다면 종교의 힘 못 빌리겠습니까?
"예수다!"
그렇게 외치면서 저는 귀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습니다.
때렸다는 느낌은 안 들었지만, 고기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무표정하던 귀신의 얼굴이 일그러지더군요.
더불어 목을 조여오던 손과 머리카락도 풀어냈습니다.
저는 전세가 역전된 것을 느끼며, 다시 "예수다!"를 연발하며 귀신을 향해 주먹을 날렸습니다.
귀신은 당황하며 벽 속으로 사라지더군요.
저는 완전히 의기양양한 상태가 되어, 씩씩거리며 벽을 차고, 두드리며 나오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다 문득.
눈을 깜빡이고 보니 침대 위에 제가 누워있더군요.
몸을 일으켜 보니, 창문 밖으로 화창한 아침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교회를 갔다온 어머니께선 제게 등을 돌리신 채로 텔레비전 밑 서랍에서 뭔가를 찾고 계셨습니다.
꿈이였던 겁니다.
꿈속에서 귀신을 본 거죠. 악몽.
그렇지만 꿈속에서 귀신과 싸워 결국은 이겼다는 사실이 뿌듯했습니다.
종교인으로서 뭔가를 해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죠. 당장 어머니에게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침대에서 나와 어머니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렸습니다.
"엄마, 엄마! 나 꿈에서 귀신 봤는데 내가 이겼다!~"
어머니가 고개를 들고 절 바라보는데 그 귀신입니다.
숨이 멎고,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제가 멈췄습니다.
풍경은 다시 밤이 되고, 창문을 통해 비바람이 들어오고,텔레비전에서는 드래곤볼이 하고 있습니다.
귀신의 눈동자를 통해 창백한 얼굴로 굳어진 제 얼굴이 보입니다.
그렇게 그 귀신과 얼굴을 마주보고 마치 10시간 가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잠시 후 천둥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저는 방바닥에 대 자로 누워있었고, 방은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비로 물이 흥건했습니다.
투니버스에서는 드래곤볼이 끝나고, 운동화 광고를 하고 있더군요.
저는 곧장 우산을 챙겨서, 어머니가 예배드리러 간 교회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잠을 잤죠.
다음날, 제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떼를 쓴 덕에 민박집을 옮겼습니다.
제가 본 귀신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볍게 생각할 존재는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귀신은 보면, 처녀 귀신이다. 남자 귀신이다. 그런 생각 절대 안 들고요.
오직 사람이 아니다라는 그 사실만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전 제가 본 귀신이 아직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귀신을 보았다는 사람들 가운데 남자였어. 여자였어 하는 사람들의 말은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확실하게 답해드릴 수 있는 건, 제가 겪어본 귀신이란 정말 위험한 존재였습니다.
출처 : 루리웹.. 레이몬드J파웰